26일 찾은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아파트 4층(약 15m) 높이에 달하는 초고압 변압기의 모습이 보였다. 무게는 280톤, 용량 345㎸(킬로볼트)의 변압기는 출고를 앞두고 극한 상황에 대한 내구성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낙뢰 수준의 전압이 외관을 타격하는 시험 등을 거친 후 문제가 없어야 미국 수출 길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다른 구역에서는 변압기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는 구리로 만들어진 전선을 나무로 감싼 동각선을 수직·수평 권선기에 감는 작업을 진행했다. 용량과 크기가 큰 초고압 변압기는 최소 2000회에서 최대 3000회까지 동각선을 감는다.
권선 작업을 마친 원통은 자기회로 구성을 위한 규소 강판과 조립돼 변압기로 탄생한다. 하지만 초고압 변압기가 되기 위해선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진공 건조로(VPD)에서 건조 작업을 마친 변압기는 철제 틀에 넣어진다. 틀 안에 절연유를 주유하고 전압을 여러 형태로 바꿔주는 ‘탭체인저’ 등의 부품이 부착되고 나서야 초고압 변압기가 완성된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수주잔액 3조 1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5년치 일감이 쌓여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미 빅테크와 1600억 원 규모의 전력 솔루션 공급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LS일렉트릭은 이미 ‘풀가동’되고 있는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160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초고압 변압기를 저압 전력 기기, 배전 시스템를 이을 캐시카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우선 부산사업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008억 원을 투자한다. 2생산동은 1만 3223㎡(약 4000평) 규모로 초고압 변압기 전 생산 공정을 갖춘다. 최형석 제조팀장은 “1생산동보다 더 큰 크기의 변압기를 만들 수 있는 크기로 공장을 짓고 있다”며 “현재 공정률은 40% 수준으로 9월 준공해 10월부터는 북미향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 올해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초고압 변압기 중소기업인 LS파워솔루션(KOC전기)도 592억 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1979년 설립된 LS파워솔루션은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154㎸급 초고압 변압기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다. LS일렉트릭은 인수 직후 LS파워솔루션 울산 공장 내 증설을 진행해 230㎸급 변압기까지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LS일렉트릭은 올해 175대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해 2년 뒤인 2027년 350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50년간 축적된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력 설비 슈퍼 사이클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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