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홀(파4) 그린을 둘러싼 갤러리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도록 내버려두라’라는 뜻의 ‘렛 힘 쿡(Let him cook)’을 연호했다. ‘셰프’로 불리는 교포 선수 이민우(27·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총상금 950만 달러)에서 생애 첫 우승을 요리한 것이다. 이민우의 별명인 셰프(요리사)는 2023년 호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그린에 요리사 모자를 쓰고 나타나 갤러리들의 박수를 유도하면서 붙여졌다.
이민우는 31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적어낸 이민우는 공동 2위 스코티 셰플러, 게리 우들랜드(이상 미국·19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71만 달러(약 25억 1000만 원)다.
DP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를 거쳐 지난해 PGA 투어에 데뷔한 이민우는 그동안 DP월드 투어 3승, 아시안 투어 1승을 올렸다. 지난해 코그니전트 클래식과 로킷 모기지 클래식에서 준우승했지만 우승은 없었던 그는 PGA 투어 56번째 출전 대회 만에 첫 승을 달성했다. 특히 세계 랭킹 1위 셰플러와 2019년 US 오픈 챔피언 우들랜드의 맹추격을 뿌리친 이민우는 “꿈꿨던 PGA 투어 우승을 이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민우는 메이저 2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0승을 거둔 이민지(29)의 동생이다. 이민지는 한 인터뷰에서 “저랑 다르게 동생은 외향적인 스타일”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날 동생의 우승이 확정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생, 집으로 트로피를 가져와!”라는 글을 남기며 축하했다.
이날 셰플러와 우들랜드는 각각 7언더파, 8언더파를 몰아쳤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6타를 줄여 공동 5위(15언더파),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임성재는 이븐파를 쳐 60위(4언더파)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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