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논란에 휩싸인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발란은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명품 플랫폼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발란을 인수하려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31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파트너 여러분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이전에 회생절차에 들어갔던 다른 플랫폼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란은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가 월 거래액보다 적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부터 쿠폰 및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인데다 담보권자나 금융권 채무가 거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발란은 이전에 회생절차에 들어갔던 다른 플랫폼 기업들과는 분명한 구조적 차이가 있다”며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발란의 미정산 사태가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불리는 상황에서 이들과 선을 긋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발란은 새로운 주인 찾기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회생 인가 전 M&A를 목표로 빠르게 추진 중”이라며 “금주 중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본격적으로 실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조기에 인수자를 유치해 자금 유입을 앞당김으로써 파트너 여러분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며 “잠재 인수자 역시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입점 파트너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전제로 투자 및 인수를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설명에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최 대표가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가 월 거래액보다 적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오히려 자금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등 유동성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발란의 월 평균 거래액은 300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앞서 티메프 역시 총부채 중 90%가량이 상거래채권이었음을 고려하면 발란이 금융권 채무 등이 거의 없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불과 사흘 전 “외부의 추측성 정보에 흔들리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만 키울 뿐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사실상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부정하던 최 대표가 이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 ‘말 바꾸기를 이어가며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발란의 누적결손금이 2023년 기준 784억 원으로 총부채가 유동자산을 77억 원 초과해 당시 감사를 수행한 삼도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만큼, 인수자를 찾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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