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뇌가 발달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좌뇌는 논리, 우뇌는 감정을 담당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신희섭 인지및사회성연구단 명예연구위원 연구팀이 뇌의 각성과 정서 조절에 관여하는 청색반점(LC)과 전대상피질(ACC)을 잇는 LC-ACC 회로가 간접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회로이며 특히 간접 공포 반응에 우뇌 쪽의 회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10일 게재됐다.
사람은 타인의 고통이나 위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는 간접 공포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간접 공포가 뇌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전기 자극을 가하고 다른 생쥐가 이를 지켜보도록하는 간접 공포 반응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관찰자 생쥐는 전기 자극을 직접 받지 않았는데도 공포를 느껴 동작을 멈추는 동결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특히 관찰자 생쥐의 우측 청색반점에서 전대상피질로 이어지는 우뇌 회로를 억제하자 동결 반응이 현저히 줄었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좌뇌 회로를 억제했을 때는 반응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청색반점에서 전대상피질로 이어지는 뇌 부위인 LC-ACC 회로가 간접 공포 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이 좌뇌와 우뇌에 골고루 분포해있지만 우뇌 쪽 회로에서만 관련 감정을 처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또 중격선조체핵과 중심편도체라는 두 부위가 각각 청색반점과 연결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포 반응에 관여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중격선조체핵은 간접 공포 상황에서 LC-ACC 회로를 활성화해 공감적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심편도체는 시각적 위협이나 전기 자극과 같은 직접적인 공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관여했다.
신 연구위원은 “공감의 신경회로가 뇌의 우측에 기능적으로 편재돼 있으며 공감적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데 선택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공감의 신경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처럼 공감 기능에 이상이 나타나는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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