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기준이 되는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에서 이해 상충 가능성으로 인해 보수 구조 공개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해당 원칙에 상응하는 감독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인보험대리점(GA)의 지나친 보험판매 경쟁으로 결국 보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왜곡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방안을 내달 확정·발표한다. 설계사 수수료 공개에 나서는 한편 1200%룰(판매 수수료를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도 보험사 소속 설계사를 넘어 GA 소속 설계사로까지 확대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보험사와 법인모집대리점(GA) 70여개사 임직원과 보험설계사, 생·손보·GA협회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본지 3월 28일자 10면 참조
당국, GA 수수료 왜 칼 빼들었나…과당경쟁 결국 소비자 보험료만 올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손해보험 대리점 판매 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GA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4조 81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3조 7900억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조 200억 원(27%)이나 급증했다.
보험 판매 수수료는 보험 설계사가 보험을 팔았을 때 받는 일종의 성과급이다. 월 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곱해 계산한다. 보험 설계사는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와 GA 소속 설계사 등으로 나뉜다. 전속 설계사는 계약 1년 차에 월 보험료의 1200%이내로 수수료를 받도록 (1200%룰)하고 있다. 하지만 GA 소속 설계사들은 1200%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GA 수수료는 2020년 2조 8900억 원에서 당국이 1200%룰을 도입한 2021년 2조 7400억 원으로 5%가량 줄었다. 하지만 GA의 신규 계약 판매 경쟁으로 2022년 판매 수수료는 2조 9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특히 새 회계 기준 제도인 ‘IFRS17’이 도입된 2023년 3조 7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00억 원(27.1%) 급증했다. IFRS17은 신계약 유치를 위해 사용한 비용의 상각 기간을 기존 7년에서 보험 전 기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들은 회계적으로 판매 수수료 부담이 줄었고 1200%룰을 적용받지 않는 GA들은 공격적으로 신규 계약자 확보에 나선 결과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보험사들의 전체 사업비 증가액(4조 9000억 원) 중 신규 계약 비용(3조 7000억 원)이 전체에서 74%나 차지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신규 계약에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가 올라가고 있다. GA 설계사들은 고객에 월 보험료가 비싸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는 상품 위주로 가입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도 판매 수수료를 회수해야 하다 보니 보험료가 더 비싼 상품을 내놨다. 판매 수수료만 노리고 허위로 계약을 작성하는 경우가 적발되기도 했다.
1200%룰 확대 적용·보험 수수료도 고지…GA는 반발
당국은 설명회를 통해 앞으로 설계사에게 판매 수수료는 최장 7년간 분할지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 1200% 룰도 GA까지 확대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GA 설계사들이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1~2년 차에 1200%룰을 넘는 성과급(수수료)을 집중적으로 받고 이후 높은 몸값으로 다른 GA로 스카우트 된 이후 기존 고객들의 계약을 새 회사의 신규 계약으로 갈아타도록(승환계약)하는 불완전 판매 행위를 바로 잡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왜곡된 수수료 구조로 인해 국내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25회차 유지율은 각각 63.2%, 72.4%로 주요 선진국 대비 15~35%포인트(p) 낮은 최저 수준이다.
당국은 설계사 판매 수수료를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보험업권 내에서도 금융기관보험대리점,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출모집인 중개수수료나 대환대출 플랫폼 중개 수수료, 펀드 판매보수 수수료 등 다양한 금융권에서 판매(모집)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권뿐만 아니라 홈쇼핑,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계에서도 판매수수료율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보험 수수료는 공개되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의 보험 판매수수료 규제와 수수료 공시체계도 제시했다. 미국(뉴욕주)은 선지급 수수료 한도(1~4차년도)를 설정하고, 보험사로부터 수취하는 판매수당을 계약자에게 고지한다. 일본은 판매수수료 산정 시 소비자 보호 지표를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설명회에서 나온 현장 의견 등을 감안해 실무 태스크포스(TF)에서 판매수수료 개편안 세부 내용들을 논의한 뒤 내달 중 추가 설명회를 거쳐 판매 수수료 개편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GA는 판매수수료 공개 방침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개편안과 관련한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보험사는 제도개선 연착륙 방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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