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았던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직전까지 단기 금융채권을 발행하면서 논란을 빚었는데 금감원이 신용등급 하향 사전 인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할 경우 사기적 부정 거래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은 1일 현안 브리핑에서 “신용평가사·신영증권·MBK 검사와 관련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여부, 기업회생 신청 경위 및 시점 등에서 그간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해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회계 심사와 관련해서도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가능성이 발견돼 전날부터 회계감리로 전환해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홈플러스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방위 검사·조사에 착수한 지 약 2주 만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 확정된 2월 28일부터 기업회생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금감원은 이보다 더 이른 시점에 MBK 측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부원장은 금감원이 발견한 정황 수준에 대한 질문에 “(인지 날짜를)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적어도 MBK나 홈플러스 측이 이야기했던 것(인지 시점)과는 분명히 다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동양그룹과 LIG건설의 CP 사기 발행 사건을 언급하며 “만약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한 것이) 맞다면 사기적 부정 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과제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향후 필요하다면 강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의 채권을 발행하고 판매한 증권사들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신영증권·하나증권·현대차증권·유진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이날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묵인한 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상환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함 부원장은 사태 해결과 관련해 대주주인 MBK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홈플러스는 스스로 약속한 전액 변제, 대주주 사재 출연 등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변제 규모 및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해관계자와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인지 시점과 그에 따른 기업회생 신청 경위는 그동안 설명한 것과 같다”며 “금감원 조사와 검사 과정에서 성실히 답하고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치 사업보고서를 정정 공시한 데 대해서도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부서 간 거래 외환 손익을 재무회계에 포함하면서 영업수익이 5조 7000억 원가량 부풀려졌다고 설명했다. 함 부원장은 “규모·비율·고의성 등을 살펴 감리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최근 자산운용사 간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보수 결정 체계 및 펀드 간 이해, 상품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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