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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무역지도…아세안 수출 2달 연속 中 앞질러[Pick코노미]

월간 수출액 23년 만에 추월

美·中 제치고 1위 수출지 될수도

中 수출은 반도체 제재 탓 감소세

아세안 수출 1등공신은 ‘베트남’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항에서 컨테이너가 화물선에 선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에 수출한 금액이 두 달 연속 중국을 넘어섰다. 아세안 수출액이 중국을 제친 것은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미중갈등과 트럼프 행정부발 통상압력에 대중 수출은 주춤한 반면 대아세안 수출은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아세안 수출액은 103억 2000만 달러로 중국(100억 9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2월 아세안 수출액(95억 8000만 달러)이 중국(95억 달러)을 앞지른 데 이어 3월도 아세안이 우세했다. 월간 수출 동향에서 아세안이 중국을 넘어선 것은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아세안 수출이 두 달 연속 중국보다 많은 것은 2000년 9~10월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들어 대중 수출이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한 데 비해 대아세안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중국 수출이 주춤한 원인은 반도체에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수출이 가능한 레거시 반도체는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진 데다 가격도 떨어져 수출액이 크게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이 중국을 이을 ‘한국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아세안 수출은 활기를 띠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늘상 중국이 1등 자리를 차지하던 한국 수출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만 봐도 아세안 수출액이 2월에는 중국보다 8000만 달러 많았지만 3월에는 격차를 2억 3000만 달러로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로 대미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세안이 1위 수출 지역이 되고 미중이 2·3위를 다툴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 지역은 인구가 약 6억 명인데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주자”라며 “트럼프발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수출 시장을 지킬 수 있는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아세안이 지금은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10년~20년 뒤에는 중요한 소비 시장이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흥 시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연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2014년 이후 중국과 아세안의 수출액 격차는 감소하는 추세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대아세안 수출은 845 7700만 달러에서 1140억 1000만 달러로 34.8% 증가했지만 대중 수출은 1452억 8800만 달러에서 1330억 1100만 달러로 8.5% 뒷걸음질 쳤다. 이에 중국과 아세안 수출액 격차는 2014년 607억 1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90억 달러까지 좁혀졌다.



아세안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베트남이다. 2014년 223억 5200만 달러였던 대베트남 수출액은 2024년 583억 2300만 달러가 됐다. 같은 기간 아세안 수출 증가분(294억 달러)보다 베트남 수출 증가분(359억 7000만 달러)이 더 컸던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5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전후부터 양국 간 교역이 급격히 활발해졌다”며 “한국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과거 한중 간에 형성됐던 교역체계가 한-베트남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베트남으로 향하는 수출품의 절대 다수는 중간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6836억 달러)에서 중간재(4803억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25%였는데 베트남 수출(583억 3000만 달러)에서 중간재(521억 9000만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높은 89.5%에 달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베트남으로 향하는 수출품 중 가장 많은 것은 반도체(166억 달러)로 전체의 28.5%를 차지했다. 평판디스플레이 모듈(108억 7000만 달러)과 무선통신장비(14억 7900만 달러)의 수출액은 2·4위에 올랐다. 전자제품 제작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 수출액도 10억 달러가 넘었다. 수출액 3위에 오른 석유제품(27억 700만 달러) 등을 제외하면 상위 10개 품목 중 7개 품목이 전자제품 중간재였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고 베트남이 완성품을 세계에 공급하는 교역 방식의 대표적인 예시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5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칩과 터치스크린, 각종 센서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해 베트남으로 보내고 베트남에서 완제품을 조립해 전 세계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베트남 현지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인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의 휴대전화 공장에서 현지 종업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3월 수출액은 582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5.5% 상승하며 역대 3월 기준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대비 2.3% 상승한 533억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49억 8000만 달러 흑자였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7개의 수출액이 늘었다. 반도체의 경우 HBM·DDR5 등 주요 제품의 수출액이 호조세를 보이며 11.9% 상승(131억 달러)했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 양대 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는 1.2% 증가(62억 달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박 수출은 2023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보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선박 수출액은 32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6% 급증했다. 선박 인도 물량이 몰린 덕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컴퓨터 수출은 총 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33.1% 확대됐다. 무선통신기기(13.8%) 수출은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디스플레이(2.9%) 수출은 8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바이오헬스 품목 수출액도 6.9% 상승한 14억 달러였다.

다만 철강 수출은 단가 하락과 국제적인 보호무역주의 증가로 10.6% 감소(26억 달러)했다. 석유제품은 국제 유가 하락과 주요 설비 보수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로 수출액이 28.1% 뒷걸음질(33억 달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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