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해 동안 20% 넘게 오르며 주요국 내에서도 압도적인 수익률을 자랑했던 미국 증시가 주춤하자 대안으로 중국 증시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 대표 기술주인 ‘T10’이 미국의 ‘매그니피센트(M7)’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해까지 줄곧 순매도를 보이던 중국 주식형 공모펀드에 올 들어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중국 주식형 펀드에는 3587억 원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말 설정액(7조 9278억 원) 대비 4.7%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2.6%)과 북미 주식형(4.1%)가 기록한 설정액 증가율을 모두 웃돈다. 한 달 순증분으로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치에 해당하는 수치기도 하다. 중국 펀드가 자금 순유입을 기록한 것은 13개월 만에 일이다.
중국 기술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대표 기술주 T10이 주목받고 있다. T10이란 ‘Terrific 10(대단한 10종목)’ 약자로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프리덤 주식 전략 책임자인 제프 웨니거((Jeff Weniger)가 미국 M7에 대응해 꼽은 중국 대표 기술 기업 10곳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BYD, SMIC,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징동닷컴 등이 포함돼 있다.
제프 웨니거는 올 2월 14일 X를 통해 “중국의 T10이 미국의 M7의 성과를 압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M7이 그랬듯이 대중들이 이들 기업이 주도권을 깨닫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비용 인공지능 가성비 인공지능(AI) 딥시크의 등장 이후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증시는 최근 중국 정부가 전방적인 지원 의지까지 드러내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그간 자행했던 테크 기업 때리기를 중단하고 기술 자립을 선언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증시 자체 기초체력(펀더멘탈)도 좋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해 4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별 국채 발행 등 소비 진작 정책 실시도 장기 성장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당금 상향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독려하는 정부 주도의 중국판 밸류업 정책 강화도 주식시장에 호재로 간주되고 있다.
글로벌 기관 투자가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중국 주식 순매수에 나서면서 수급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2020년 15%까지 늘렸던 글로벌펀드 내 중국 비중은 2023년 5%로 바닥을 찍고 지난해 말 6.3%로 높아졌다. 단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표는 타국가 대비 매력적이다. 12개월 전망 주가수익비율(PER)은 11.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역사적 고점 대비는 낮은 수준에 있다.
중국 증시 호조에 관련 펀드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설정액 500억 원 이상의 공모 중국 주식형 펀드를 기준으로 KCGI차이나펀드(설정액 1860억 원)가 최근 6개월 수익률 33.8%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펀드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89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해당 펀드는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범중국 기업에 투자한다. T10 주요 종목 등 중국 기술주에 투자하면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내수 소비주에 동시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바벨 전략이란 위험과 수익을 균형 있게 관리하기 위해 상반된 전술을 결합하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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