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상호관세’가 발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받는 타격이 예상치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주가 이중관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관세 영향력이 막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상호 관세 발표에서 “수십년 동안 미국은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친구와 적국 모두에게 약탈당하고 강탈당했다”며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의 수입차 규제·쌀 관세를 ‘최악의 무역장벽’이라고 콕 집어 지목했다. 그는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일본에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외국에서 만든 자동차 100만대를 미국에 파는데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에서) 거의 팔지 못하고 포드도 매우 조금만 판다”고 덧붙였다. 한·일 등 우방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을 막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2000억 달러 이상의 자동차 및 부품을 수입하며 전체 판매량의 45% 수준인 약 800만 대의 수입차를 들여온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팩트시트'(Fact Sheet)’를 통해 한국이 미국에서 인정하는 특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인증을 중복해서 요구하며 투명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2019년에서 2024년까지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총 162만대의 83%가 국산차, 17%가 수입차였다.
이번 발표에 따라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 및 주요 부품 등을 포함한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가 적용된다. 미 자동차연구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는 관세 정책 시행으로 수입 차량 1대당 평균 6875달러(약 920만 원)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럭셔리 브랜드나 전량 수입 모델의 경우 2만 달러(약 2700만 원) 이상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광래 신한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공장 합산 능력은 78만대로 유휴 생산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관세 도입 이후 가격 상승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의 패닉 바잉으로 4월 이후부터 수요 공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대미 수출 타격 전망에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장 초반 18만 9100 원까지 밀리며 지난달 초 기록한 직전 52주 신저가(18만 9200원)를 경신했다. 기아도 장 초반 8만 8400 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HL만도 등도 3%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자동차에 부과된 관세율이 향후 협상 카드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 자동차 관세율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 가정은 한국산 5%, 멕시코산 15%이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25% 보다는 낮으나 1기 행정부와 달리 자동차와 일부 부품은 관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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