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 간 관세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외에도 중국(34%)·일본(24%)·EU(20%)·대만(32%)·베트남(46%) 등 주요 무역상대국에 모두 2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선언했다. 지난해 미국 상위 20대 수입국의 수입액에 관세율을 단순 대입하면 관세 수입이 7400억 달러(약 108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주제로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사를 열고 “미국에 불리했던 무역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상호관세를 즉각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무역상대국에 10%의 보편관세를 매긴 뒤 국가별 상호 관세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무역 상대국이 미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고려해 차등 적용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10%의 보편관세는 현지시간으로 5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는 9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관세율을 25%로 지정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던 멕시코·캐나다와 같은 관세율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1316억 달러에 단순 적용하면 329억 달러(48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관세를 내야 한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가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에 따르면 부과가 유예됐던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중 가장 높은 관세율에 직면한 것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366억 달러로 한국(1316억 달러)보다 높았다. 베트남 시장 개방도가 낮은 데다 한국·중국 등의 우회 수출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TSMC를 중심으로 미국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는 대만도 32%의 관세를 얻어맞게 됐다. EU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그동안 예고됐던 대로 20%다. 영국·싱가포르·브라질 등은 추가 관세 업이 10%의 보편 관세만 내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율을 지난해 교역 실적에 단순 대입할 경우 미국은 수입 상위 20개국에서만 7363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만으로 미국이 1000조 원 넘는 추가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로는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 규모 축소 여파로 세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예정대로 부과된다. 다만 반도체·의약품·목재 등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 관세를 공언해왔던 품목들에 대한 조치는 따로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관세를 설명하며 한국과 일본 사례를 별도로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무역 제한은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 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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