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을 줄인 ‘슈링크플레이션’ 제품들이 한국소비자원의 실태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라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이 판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상품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태 조사에서 국내 제조 4개, 수입 5개, 총 9개 제품의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인됐다. 9개 모두 식품이며 이 중 6개 상품은 용량 변경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3개는 용량 변경 전후 사항을 안내하지 않는 등 고지 행위가 미흡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국내 상품은 제주 감귤·한라봉 초콜릿(제조·판매사 제키스), 쫄깃쫄깃 뉴호박엿(더식품·한일유통), 착한습관 유기농 아로니아 동결건조 분말(착한습관·엔바이오텍) 등이다.
제주 감귤초콜릿과 제주 한라봉 초콜릿은 지난해 8월부터 용량이 224g에서 192g으로 각각 14.3% 줄었고 쫄깃쫄깃 뉴 호박엿은 같은 해 10월 300g에서 280g으로 6.7%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착한습관 유기농 아로니아 동결건조 분말은 지난해 11월 200g에서 150g으로 내용물이 25% 축소됐다.
수입 상품 중에서는 블랙썬더 미니바(158→146g), 아몬드&헤이즐넛(130→118g), 미니바 딸기(128→116g) 등 3개 제품이 지난해 9월 7.6∼9.4%씩 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토스 골드 초콜릿은 지난해 11월 250g에서 200g으로 20%, 세이카 라무네 모찌 캐러멜 사탕은 같은 해 12월 41g에서 32g으로 22%씩 각각 용량이 줄었다. 판매 가격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상품의 용량을 줄이면 단위당 가격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에 따르면 우유, 커피, 치즈, 라면, 고추장, 생수, 과자 등 식품과 화장지, 샴푸, 마스크, 면도날 등 생활용품은 용량 축소 시 변경된 날로부터 3개월 이상 △포장 등에 표시 △제조사 홈페이지에 게시 △제품의 판매 장소(온라인 판매페이지 포함)에 게시 중 하나의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용량 축소와 함께 가격을 낮춰 단위 가격이 변하지 않았거나 용량 변동 비율이 5% 이내인 경우를 제외하면 소비자 기본법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 원, 2차 위반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4분기 용량 변경 상품 정보를 '참가격'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한편 해당 상품의 제조·판매업체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권고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주요 유통업체에도 소비자들이 볼 수 있도록 용량 변경 내용을 게시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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