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요구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구성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의사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전일(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사수급추계위법의 구조와 내용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현재로선 참여 여부를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가톨릭대의대 교수)은 3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4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계위 법안은 의협이 그간 주장해온 기본조건인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이 끝내 담보되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의협 상임이사회는 전일 수급추계위 관련 사안을 논의했지만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질 않았다.
그는 "추계위 설치를 처음 제안한 게 의협이다. 법률까지 만들어 낸 것은 의협 집행부의 성과"라면서도 "의협이 여기에 참여를 해야하는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권’,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최종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추계위 뿐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역시 정부 입맛대로 거수기로 전락하는 대신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명확히 수립하고 보건의료정책 제도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며 "추계위 법안과 별개로 의사추계를 검증하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구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의협 내 의사인력 추계기구를 준비하고 관련 연구를 조속히 진행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수급추계위원회는 주기적으로 보건의료인력의 중장기 수급을 추계하고, 그 결과를 심의하고자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하는 독립 심의기구다. 전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사수급추계위법에는 보건의료 관련 단체로부터 전문가를 추천받아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록과 안건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 위원 자격 요건으로는 △경제학·보건학·통계학·인구학 등 관련 분야 전공 △인력정책 또는 인력수급 추계 분야의 풍부한 전문지식·연구 실적 △대학 조교수, 연구기관 연구위원 이상 및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당장 2027년도 의대 정원부터는 이러한 자격을 토대로 보건의료 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이 심의하게 된다. 의협은 추계위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등 정치 불확실성이 크다보니 의협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이날 브리핑에서 "탄핵심판선고라는 국가의 중대 사안과 맞물려 정치 뿐 아니라 사회적 혼란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정세의 흐름 또한 의협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요인이기에 그만큼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내일은 정의가 실현되고 대한민국이 헌법을 바탕으로 한 법치국가임을 세계에 알리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발언하기도했다. 의협은 내일(3일) 저녁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탄핵 선고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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