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됐어도 이달까지 국내 증시 변동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 후폭풍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8개월째 ‘셀코리아’인 외국인들이 차츰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상승 모멘텀으로 꼽았다.
4일 서울경제신문의 ‘긴급 증시진단’에 따르면 KB·NH투자·키움·메리츠 등 4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은 탄핵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외국인투자가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을 덜어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 국내외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센터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최대 리스크로 꼽으며 이로 인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이달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입을 모았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핀셋 반도체 관세’ 정책이 예고된 상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관세 및 탄핵 리스크에 따른 변수로 불확실성이 고조돼 4월이 가장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이제 관세 대응책이 중요해졌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수개월간 협상 주체가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 영향이 완화될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려워 당분간 증시에서 불편함을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관세 협상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점에서 관세 리스크에 따른 불안감이 장기적으로는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우려를 일부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관세 리스크는 4월 고점을 찍다가 지나갈 것”이라며 “최근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데다 4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기대가 반영돼 한국 증시의 벨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형 센터장은 “국가 간 협상을 통해 관세 수위를 낮춰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일시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나 그 이하로 내려갈 수 있지만 수시로 반등을 주면서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이후부터 국내 증시에서 관세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의 컴백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부터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진우 센터장은 “공매도는 롱쇼트 전략에 따른 액티브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가의 수급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면서 “원·달러 환율도 원화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아 시차를 두고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레거시(범용)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이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추경안이 편성되면 소비심리 반등을 통해 내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은 당분간 강세 기조로 갈 것으로 예측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 되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경우 외국인투자가들도 신흥국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은 반도체 중심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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