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등장으로 촉발된 기술주 중심의 중국 증시 상승세가 소비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며 내수 소비 활성화에 나서자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나란히 오름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글로벌 X 차이나 소비재(CHIQ)’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들어 15% 가까이 상승했다. CHIQ ETF는 상품명처럼 중국 소비재 기업들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알리바바·핀둬둬(PDD)·메이투안·징동닷컴·염차이나 등 중국 내수 소비 관련 기업 전반에 투자한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소비 촉진을 위해 도입한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 제품을 새것으로 바꿀 때 구매 가격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중국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인 징동닷컴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와 34% 증가한 3470억 위안(약 68조 5672억 원)의 매출액과 105억 위안(약 2조 74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징동닷컴의 주가는 올 들어 13% 가까이 상승했다.
업계 1위인 알리바바는 호실적과 더불어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의 경영 복귀 기대감까지 맞물리며 올해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했다. 또 다른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 PDD 주가도 올 들어 17.20% 상승하며 호조를 보였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전면적 정책 전환은 중화권 주식시장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 반등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외식 프렌차이즈 KFC, 피자헛, 타코벨의 중국 지역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염 차이나 홀딩스의 주가는 올 들어 9.26% 상승했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재 기업으로 평가받는 구이저우마오타이(귀주모태주)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7% 가까이 올랐다. 중국 소비 활성화에 ‘KIWOOM 차이나내수소비TOP CSI’ ETF는 올 들어 7.8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잇달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중국 정부의 전면적인 정책 전환 기조에 주목하며 올 2분기 상해종합 지수가 최대 35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이는 이날 기준 상해종합 지수(3342.01포인트) 대비 10% 더 높은 수치다. 3일과 4일 트럼프 관세 여파로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급락해도 중국 시장은 탄탄함을 보여주고 있다.
긍정적인 전망에 투자 자금도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중국 펀드 설정액은 5조 9291억 원으로 한 달 새 3593억 원 증가했다. 이에 운용 업계도 중국 ETF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거시·산업 정책을 ‘내수 자극’으로 집중시키고 있다"며 “소비 촉진을 통해 수입을 정상화하고 수출 물량을 내수 시장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