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던진 가운데서도 영국은 유럽연합(EU)보다 낮은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만 부과 받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실용적인 외교 전략이 통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애초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에 20%의 관세율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영국 재무부 산하 감시기구는 국내총생산(GDP)의 1%가 날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에 부과한 관세율은 10%로, 이웃 유럽연합(EU)에 부과된 20%의 절반 수준이다.
영국 총리실은 이를 스타머 총리의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영국 총리실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만 하고 사실상 실익은 얻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정부 내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영국 측 논리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불리한 관세가 부과됐을 거라고 주장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강하게 비판해 온 부가가치세(영국의 경우 20%)를 관세 책정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는 지난 2월 백악관 방문 시 직접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이를 막아냈다는 게 내부의 설명이다.
총리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치적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삼가고 백악관과의 관계 구축에 힘썼으며 관세 면제를 위한 경제 협상에 나서는 방어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영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이 시작됐고, 스타머 총리가 2월 워싱턴을 방문해 첨단 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춘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논의는 가속화했다. 이후 조너선 레이놀즈 산업통상 장관이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후 협상은 본격적으로 진전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체결해 관세 부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대 교역 파트너인 EU에 20%의 관세율이 부과된 만큼 연쇄 파급 효과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아울러 10% 관세율도 더 낮추기 위해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하되,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보복 조치 검토에도 착수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미국과 논의 중인 협상은 진전을 보이고 있고, 기업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국가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면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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