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0%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팀은 이달 3일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 웨일스 지역의 79세 전후 노인 28만2541명을 대상으로 7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영국은 2013년부터 당시 79세 노인에게 1년간 대상포진 백신 접종 기회를 제공했으나, 80세 이상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생년월일이 불과 몇 주 차이나는 노인들 사이에 백신 접종 여부가 달라지는 자연실험 환경이 조성됐다.
겔드세처 교수는 "2020년까지 대상자들이 86~87세가 되었을 때 8명 중 1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백신 접종 그룹은 미접종 그룹보다 치매 발병률이 20%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접종 그룹의 대상포진 발생률도 37%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중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의 면역체계 활성화 효과인지, 바이러스 재활성화 억제 때문인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하며, 피부 발진과 물집, 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통증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어 환자들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살이 찢어지는 고통" 등으로 표현할 정도로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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