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039490)이 퇴직 연금 사업 인가를 받기에 앞서 이 달 금융감독원을 만난다. 메리츠증권 등 경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리테일 1위의 아성이 흔들리면서 새 먹거리를 향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퇴직 연금 사업자 등록과 관련해 금감원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하반기 퇴직 연금 사업자 인가 신청, 올해 말 전산 구축, 내년 상반기 퇴직 연금 사업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퇴직 연금 사업은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이 주력하는 분야다.
키움증권이 퇴직 연금 사업을 위한 시스템 구축 전에 금융 당국과 협의를 거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통상 금융사가 금감원을 만나는 시점은 퇴직 연금 사업을 위한 전산을 모두 구축하고 금융위원회 인가 신청 전 최종 점검을 할 때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과 관련해 금융 당국과 미리 협의 후 준비를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이 퇴직 연금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리테일 시장의 지각 변동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조 98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분야가 크게 성장했는데 국내외 주식 수수료 수익으로만 5275억 원을 벌었다.
다만 올해에도 지난해 만큼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간 외화 증권(주식·채권) 위탁 매매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던 키움증권은 지난해 토스증권에게 턱 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의 위탁 매매 거래 점유율 격차는 1.42%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토스증권의 거래액이 112조 9513억 원으로 키움증권(85조 7885억 원)을 넘어섰다.
메리츠증권의 공격적인 무료 수수료 정책도 키움증권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리테일 사업 강화 차원에서 거래 수수료 및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무료화 방침 직전 1조 원을 밑돌던 예탁 자산은 최근 6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증권의 ‘수퍼365’ 이용자도 10만 명을 넘어섰는데 상당 수가 키움증권에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에서 흔들린 키움증권이 퇴직 연금에서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영업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퇴직 연금은 오프라인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법인 영업력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중심인 키움증권이 퇴직 연금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까지는 사업 시작 이후에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