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홈술’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던 위스키 시장에 대한 열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국내 위스키 1위 업체인 골든블루의 실적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경기 불황 등이 겹치면서 값비싼 위스키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1위 업체인 골든블루의 지난해 매출액은 2094억 원으로 전년(2241억 원) 대비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8억 원에서 338억 원으로 32%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로써 2022년 매출액 2322억 원, 영업이익 512억 원을 기록했던 골든블루는 2년 연속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윈저글로벌과 페르노리카코리아 등도 역성장세를 보였다. 6월 결산법인인 윈저글로벌은 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액 1032억 원, 영업이익 340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6%, 2% 감소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1852억 원에서 1751억 원으로 5% 줄었으며, 디아지오코리아는 영업이익이 232억 원에서 181억 원으로 21% 감소했다.
위스키의 시들해진 인기는 수입량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2만 7440톤으로 전년(3만 586톤) 대비 10% 가량 줄었다. 2021년 1만 5661톤, 2022년 2만7083톤에서 2023년에는 사상 최초로 3만 톤을 넘어서며 3년 연속 증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류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이미 예견됐다고 지적한다. 위스키 수입액은 수입량보다 앞서 줄었기 때문이다.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 1억 3246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줄곧 증가하면서 2022년 2억 6684만 달러까지 늘었으나, 2023년 2억 5967만 달러, 2024년 2억 4941만 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늘어난 위스키 수입량과 달리 위스키 수입액은 이미 2023년 꺾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골든블루, 윈저글로벌 등 주요 업체들의 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골든블루는 지분 매각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홈술’과 ‘혼술’이 일종의 문화로 퍼지면서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커졌으나 엔데믹으로 이러한 열풍이 사그러든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비싼 위스키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하이볼의 인기로 고가 대신 중저가의 위스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위스키 수입액은 먼저 꺾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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