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불닭 챌린지’ 덕분에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지만 철저한 품질 관리와 생산량 증대 덕분에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라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 능력 확보와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힘썼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공장장을 거쳐 2016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익산공장장과 면스낵 부문장, 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2023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삼양식품 오너인 김정수 부회장이 불닭볶음면 개발을 주도하고 글로벌 진출 결단을 내렸다면 김 대표는 생산량 증대와 품질 강화를 이끌며 이를 보조했다. 삼양식품으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불닭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삼양식품은 1971년 익산, 1989년 원주공장 준공 뒤 30여 년 만인 2020년 밀양1공장 건립을 결정하고 2022년 가동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신규 공장 가동으로 캐파(생산 능력)가 30%가량 증가하면서 모든 공장에서 똑같은 품질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면서 “제품의 생산 과정을 표준화해 어느 국가에서 불닭을 먹어도 똑같은 맛과 품질을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공정을 매뉴얼화해 과거 사람 중심의 생산 관리 체계를 데이터 중심으로 바꿨다. 품질에 있어서는 불닭 시리즈가 전 세계로 수출되는 점을 고려해 국가별 식품 안전 기준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가장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검사를 진행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준 및 안전 이슈 등이 반영된 100여 개의 제조 공정 관리 기준을 목록화한 ‘삼양 글로벌 체크리스트’를 제정해 운영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핵불닭볶음면 3×Spicy’ 등 3종에 대한 리콜(회수) 조치를 내렸을 때다. 김 대표는 “이후 독일에서도 리콜 조치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다”며 “회사가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리콜 조치의 근거였던 라면 한 봉지당 캡사이신 함량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등 적극 대응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VFA는 삼양식품의 반박을 받아들여 한 달 만에 불닭볶음면 3종 중 2종에 대한 리콜을 철회했다.
K푸드의 영향력이 크지 않던 시기에 해외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이 불닭볶음면을 단순히 식품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관련 콘텐츠와 놀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 불닭은 그 자체로서 글로벌 식품 브랜드”라며 “앞으로도 불닭의 입지와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제품 라인업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올 6월 준공되는 밀양2공장과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중국공장 등을 통해 향후 공급량이 늘어나면 좀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제품들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제품들이 매출 증대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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