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의 규제 도입으로 자사주를 5% 넘게 보유한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 목적과 활용 계획 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시 의무 대상인 상장사 절반 이상은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 없거나 인수합병(MA&) 등 다른 목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증시 상장사 2624개사 가운데 공시 의무 대상인 발행주식 총수 대비 자기주식 보유 비중 5% 초과 상장사 502(3·9월 결산 7곳·해당 없음 2곳 제외)개사 가운데 자사주 활용 계획이 없다고 한 상장사는 47.6%(240개사)로 집계됐다. 취득·처분·소각과 관련해 계획이 없다고 한 곳이 201개사, 아예 공시조차 하지 않은 곳이 39개사다.
이외에도 주주가치 제고나 주가 안정이 아닌 신규 사업, M&A, 교환사채 발행, 상여 지급, 종속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겠다는 곳도 40개사로 나타났다. 사실상 절반이 넘는 상장사가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대다수 기업은 자사주 보유 목적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또는 ‘주가 안정’이라고 적어놓고도 활용 계획을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사주 제도 개선안을 시행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5%를 넘는 경우 보유 현황·목적, 추가 취득·처분·소각 등 처리 계획을 작성한 뒤 이사회 승인을 받아 공시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주주환원보단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규제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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