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코스피 지수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400선으로 다시 내려 앉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와 공매도 재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발언 등이라는 ‘겹악재’를 만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가장 큰 정치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진이 남아있더라도 이번 주 국내 증시 분위기는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밴드)를 최고 2600선까지 제시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0.86% 하락한 2465.42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2450.49에서 장을 시작해 탄핵 심판 선고 중 2500선을 넘었다가 장 마감 전 240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팔자세'를 보인 반면 개인과 기관은 순매수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규모는 1조 7875억 원으로, 2021년 8월 13일(2조 6989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 697억 원, 6203억 원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 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에 반도체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관련 주식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각각 6.37%, 2.60% 떨어진 18만 2200원, 5만 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 국내 증시도 미국 행정부발 관세 여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기본 관세(10%)를 시작으로 9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추가로 발효된다. 현재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25%로 비교적 높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은 “상호관세 불확실성은 당분간 증시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기 침체 현실화나 주식시장이 약세장으로 진입하기 보다는 협상에 따라 관세 수위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저점을 다시 높여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해 말부터 이어져 오던 정치 리스크가 일단 해소된 만큼 이번 주 부터는 국내 증시가 점차 정상화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360~2600선으로 제시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책 공백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은 국내 증시 상승 요인”이라며 “미국 상호 관세, 반도체·의약품 등 부문별 관세 발표, 경기 지표 둔화 우려 등은 하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리스크에 면역력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업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키움증권 리서치팀은 관세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면역력 있는 방산, 조선, 바이오 등 업종에 주목했다. NH투자증권은 유통, 음식료, 소프트웨어, 엔터, 증권 등을 관심 업종으로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경정안 예산 편성이 국내 증시 벨류에이션을 높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김유미 키움증권 리서치팀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불확실성이 수시로 잡음을 낼 수 있고 이에 따른 미국의 수요 둔화가 한국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2분기 한국 수출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2분기 중 대외 수요가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경 편성 등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며,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추가적인 성장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주에는 삼성전자(8일) 등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중국 3월 CPI 발표(10일) △미국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4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발표(11일) 등이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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