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 중의 메이저’ 제89회 마스터스는 10일(한국 시간) 개막이지만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은 이미 붐비고 있다. 이곳에서 여자 아마추어 대회 최종 라운드가 6일 막을 내렸고 7일에는 연령별 주니어 선수들의 경연인 ‘드라이브, 칩 앤드 퍼트’가 열렸다. 꿈나무들의 경기가 끝난 뒤 주최 측은 대회장을 통제했고 선수들은 조용해진 코스를 꼼꼼히 점검하며 결전을 준비했다.
마스터스 주간의 시작은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확인된다. 초록·분홍·하늘·하얀색 계열의 티셔츠와 원피스가 코스를 뒤덮는다. 마스터스와 함께 세계 골프가 봄을 맞이한다는 말에 어울리게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각양각색의 굿즈가 유혹하는 기념품숍은 경기 침체 우려와 정반대로 올해도 인산인해. 아직 본대회가 개막하지 않아 입장권이 비교적 저렴한 터라 더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기념품숍을 달궜다. 본대회 출전 선수의 캐디들도 쇼핑 바구니에 물건이 한가득이다. 매년 새로운 아이템도 알게 모르게 내놓는데 올해는 오른쪽에 ‘25’, 왼쪽에 마스터스 로고를 넣은 흰색 상의 ‘캐디 티셔츠’가 인기란다. 숍이 문을 닫는 오후 2시(현지 시각)가 다가오자 웬만한 아이템은 다 빠졌다. 재고관리 따위는 마스터스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미국 소셜 매체 미디엄에 따르면 월요일 연습 라운드부터 일요일 최종 라운드까지 일주일간 모자·셔츠 등 기념품 수입만 7000만 달러(약 1020억 원) 안팎이다. 하루 1000만 달러이고 하루 10시간을 연다고 치면 시간당 수입이 100만 달러다. 관람객은 1인당 1000달러는 쉽게 쓴다. 초록색 기본 모자가 37달러, 티셔츠는 98달러라 분위기에 휩쓸리면 지갑은 금세 얇아진다.
최근 공개된 마스터스의 2022년 수입 추정치는 1억 5100만 달러(약 22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기념품 판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온라인 판매도 하지 않는데 무려 45%다. 그다음이 입장권 판매(26%)와 TV 중계권 수입(17%)이다.
스포츠 이벤트는 TV 중계권 수입이 가장 큰 법인데 마스터스는 거꾸로다. 미국 내 중계에 한해서는 방송사로부터 따로 돈도 받지 않는다. 대신 방송을 둘러싼 독점적 권한을 대회 주최 측이 갖는다. TV 광고를 시간당 4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의 평균 광고 시간이 18~20분인데 마스터스는 5분의 1이다.
관련기사
다른 메이저인 US 오픈을 중계하는 NBC방송은 주최 측인 미국골프협회(USGA)에 연간 9300만 달러(약 1350억 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스는 그 돈을 포기하고 TV 광고도 최소한만 내보낸다. 코스 내에 광고판도 아예 없다.
2023년 기준 마스터스의 TV 시청자는 1210만 명. US 오픈(620만 명)의 거의 2배다. 대회 출전자를 메이저 가운데 가장 적은 90명 안팎으로 제한하고 관람객과 미디어의 휴대폰 소지까지 금지하면서 오로지 최고 수준의 경기와 코스로 승부한다. 이 고집스러운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대회 로고가 주는 ‘특별함’을 판매하면서 충성도를 높인다. TV 중계권 사업과 소셜미디어 노출 등이 핵심인 현대 스포츠 마케팅의 기술과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마스터스는 여전히 저만치 위에 서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