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기업간거래(B2B)와 가전 구독 등 신사업 호조 영향으로 1분기 처음으로 22조 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LG전자는 7일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22조 7447억 원, 영업이익 1조 2590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각각 7.8% 증가하고 5.7%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은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고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22조 668억 원, 영업이익은 1조 2593억 원이다.
LG전자 1분기 매출액이 22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최초다. LG전자는 기존 주력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B2B, 가전구독, 소비자직접거래(D2C) 등 신사업 영역이 전사 최대 매출액 달성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1분기 기준 6년 연속 1조 원대 기록을 이어갔다. 경기침체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졌지만 원자재와 물류비용이 안정됐고 글로벌 생산지 운영 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한 것도 수익성 선방에 기여했다. 지난해 가전업계 실적의 복병이었던 해상운임은 올해 들어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2월 2373포인트에서 지난달 1293포인트까지 내렸고, 이달 3일에는 1393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1분기에는 B2B 사업의 핵심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약진했다. LG전자는 해당 사업에서 전년(매출 2조 5890억 원·영업이익 3356억 원) 대비 향상된 실적을 거뒀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HVAC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를 가전사업에서 분리해 신설하면서 수주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만나 MS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칠러 공급을 논의하기도 했다.
LG전자 가전 구독도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구독 사업을 신설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넘겼다. 구독 사업 서비스 지역도 기존 태국·말레이시아·대만에서 올해 인도와 싱가포르, 홍콩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B2B 영역인 빌트인 가전이나 모터와 컴프레서 등 부품 외판 사업도 호실적에 보탬이 됐다.
LG전자는 품질·원가 등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구독 사업에선 구독 적합형 가전 라인업을 보강하고 케어서비스를 강화한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선 올해부터 TV와 정보기기(IT) 제품,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통합 운영해 TV 중심이던 광고와 콘텐츠 사업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전장 사업에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차량용 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사업모델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다만 2분기부터는 글로벌 관세 이슈에 따른 위기 요인이 산적해 있다. 시장에선 2분기 실적이 LG전자의 관세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관세 확대에 따른 판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판매량 축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의 절묘한 가격 정책으로 2분기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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