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032640)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움츠러든 충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사업자 중 가장 빠르게 인프라를 넓히며 톱4 업체로 올라선 것이다. 경쟁 업체들이 실적 부진으로 긴축 행보를 이어가는 와중에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통계를 분석한 결과 LG유플러스볼트업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순위가 완속 충전기 기준 4위로 집계됐다. 볼트업은 3월 말 현재 전국에 2만4000여대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며 GS차지비(7만3000대), 파워큐브(6만대), 에버온(4만6000대) 등 톱3 사업자의 뒤를 이었다.
2023년 말 당시만 해도 볼트업의 충전기 규모는 약 6000대로 업계 8위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빠르게 인프라를 확대하며 입지를 넓혔다. 지난 1년 3개 월 동안 충전기 증가율이 300% 이상으로 주요 사업자 중 가장 높았다.
LG유플러스의 이 같은 공격적인 확장 전략은 충전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충전 업체의 한 대표는 “지난해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정부가 전기차 인프라 정책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충전기 설치 보조금 집행이 늦어지다 보니 충전 인프라 확장이 더뎠다”면서 “LG유플러스의 투자 행보는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전기차 충전 관련 대부분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 돌입한 상태다. 대표적인 기업이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기 제조기업 중 한곳인 SK시그넷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무려 2428억 원으로 매출(838억 원)보다 훨씬 더 큰 적자였다. 미국에 공급한 충전기 제품의 품질 이슈와 시장 위축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K시그넷은 직원 수가 2023년 말 387명에서 지난해 말 353명으로 약 9% 감소했으며 다수 인력을 여의도에서 부천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비용 절감에 고삐죄고 있다. 충전 업계 관계자는 “수백 곳으로 난립했던 소규모 충전 사업자 중 다수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상위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며 업계 내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리브랜딩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비전을 새롭게 선포하고 사용성이 향상된 전용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신규 출시했다. 또한 전기를 의미하는 노란색과 친환경을 의미하는 초록색의 혼합인 ‘볼트업 라임’ 색상을 활용해 새로운 V자 모양 심볼과 로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향후 고객이 더욱 안심하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알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2년 11억달러(약 1조6000억 원)에서 2030년 22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20만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깔린 충전기는 약 40만대로 올해부터 6년 간 최대 3배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올해 전기차 충전시설 지원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43% 늘어난 618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충전기 설치는 물론 사후 관리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사업자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만큼 일정 수준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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