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가운데, 관세가 본격 적용되는 오는 9일 이후 업종별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별 협상 의지에 따라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종목과 그렇지 않을 종목이 뚜렷하게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협상 과정이 이제 시작된 만큼 당장의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는 9일 관세 적용이 시작된 이후에는 보복 관세에 의한 갈등 양상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 4일(현지시간) 관세 정책 발표 이후에도 주택건설 및 내구소비재 관련 종목들은 견고한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주택건설 분야의 DR 호턴과 NVR은 모기지 금리 하락에 따른 주택 공급 증가 기대감으로 각각 4.5%, 4.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이키와 덱커 아웃도어 등 내구소비재 업체들은 베트남의 친미 외교 전략에 반응하며 각각 3.0%, 5.1%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의 대응은 크게 '순응', '저항', '관찰'로 나뉘고 있다”고 전했다. 45%의 관세가 부과된 베트남은 적극적인 순응 전략을 택했다. 베트남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자동차, 에탄올, 농산물 등 주요 수입품의 관세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약속하며 협상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베트남과 함께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캄보디아(관세율 49%)와 멕시코도 순응 전략을 보였다.
특히 멕시코는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국경 보안 강화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준수를 약속하며 관세 완화 또는 예외를 요청했고, 이번 관세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와 달리 중국은 전면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맞서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육류 수입 중단 등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무역 전쟁 양상으로 인해 양국 간 긴장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제조업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역시 관세에 저항하며 보복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의 단기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자동차, 항공우주 산업 등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과 한국, 호주 등은 협상을 통한 점진적인 대응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자동차 부품 및 일부 제조업체들은 관세 충격을 일정 부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