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올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거뒀다. 갤럭시 S25 판매 호조로 스마트폰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고 중국 모바일 수요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도 예상을 웃돈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2분기부터는 미국 관세 이슈 등으로 인해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8일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 원과 6조 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15% 감소했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로 분기 기준 최대인 지난해 3분기(79조 1000억 원)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2분기(10조 4439억 원) 이후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던 영업이익도 3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실적 전망치(매출 77조 2208억 원·영업이익 5조 1148억 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1분기 호실적의 1등 공신은 스마트폰이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 수준인 4조 원 안팎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가 1분기 내 글로벌 시장에서 1350만 대 가까이 출하된 것으로 추정한다.
예상보다 견조한 D램 출하량도 호실적에 보탬이 됐다.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메모리 관련 전방산업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기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 전망치는 5000~7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높은 1조 원가량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호실적에도 2분기 삼성전자는 다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이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해왔지만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적 효자 노릇을 한 스마트폰 사업은 관세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베트남에 상호관세 46%를 부과한 상태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도 반등이 요원하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업체들이 단가 인상을 통보했고 낸드의 공급 제한 효과가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선단 공정의 개발, 파운드리·HBM 경쟁력 확보와 같은 기술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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