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지난달 예고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줄어든 1조3000억 원은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떠안는다. 유상증자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고 주주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3조6000억 원의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 원으로 줄인다고 정정공시했다. 자금 조달 목적별로는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 2조4000억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 시설자금이 1조2000억 원에서 7000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주 발행 가격을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했다. 청약예정일은 6월 4일에서 6월 5일로 하루 밀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1조3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축소로 줄어들게 되는 자금 1조3000억 원을 한화에너지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한화오션(042660)의 주식을 한화에너지에 매각하며 1조3000억 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다시 되돌리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 1조3000억 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한화에너지는 이사들을 대상으로 사전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한화에너지 등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시가로 참여한다.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액주주는 이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달 31일에도 경영권 승계와 유상증자의 연관성이 제기되자 김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며 승계와의 무관성을 강조했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 원의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조6000억 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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