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를 외쳐 왔던 인요한(존 린튼) 국민의힘 의원이 외신 인터뷰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그간의 행보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영국 BBC방송은 이달 4일(현지시각) 윤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보도하면서 그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인 의원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인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을 야당을 벌주는 수단으로 여겼다”며 “논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로 볼 때,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 그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보수 정치인’으로 소개됐다.
인 의원은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면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는 아마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계엄 선포)을 했을 것”이라며 “그는 진심으로 국익을 위한다고 믿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인 의원은 별도 공개된 영문 인터뷰에서 그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이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장악돼 있고, 한 번은 중국 공산당과도 비교했다”며 “야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파산할 것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이런 말을 적어도 15~20번 들었다”고 밝혔다.
인 의원의 이러한 주장은 비상계엄의 책임을 야당 몫으로 돌리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해 왔던 그간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 그는 내란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되레 윤 전 대통령을 몰아붙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대통령께서는 회사 판매원처럼 열심히 일했다. 업적도 있다”고 두둔한 바 있다. 비상계엄에 대해 방법적인 면에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심적으로는 이해한다는 것이 그가 보여 온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동참한 ‘대통령 탄핵 각하 길 걷기’에서 “야당이 지난 8개월 동안 국회에서 하는 부당한 행동을 지켜보고 많이 참았다”며 “그들은 우리를 보고 ‘내란’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지금 내란을 일으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YTN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야당이 계속 특검·탄핵만 반복한다”며 “DJ 같았으면 포용했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그간 인 의원은 계엄 사태에 따른 혼란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취지로만 주장해 왔다.
BBC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탄핵에 반대표를 던지고 계엄을 정당화한 인물” “BBC 인터뷰에선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중립적이다” “윤석열을 그렇게 감쌌으면서 이제 와서 선 긋는다” 등 인 의원을 비판하는 댓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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