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솥같은 폭염 속에서도 1000시간을 버틸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나왔다. 전지에 보호 필름을 입혀 극한의 고온다습 환경에서도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찡이다.
UNIST 탄소중립대학원의 김동석 교수팀은 경상국립대학교 이태경 교수팀과 함께 태양전지에 보호 필름을 입히는 고온 공정을 버티는 내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전지는 25.56%의 높은 초기효율을 보였으며, 85℃, 85% 상대습도에서도 초기 효율의 85% 이상을 유지한 채 1000시간을 작동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용 실리콘 전지보다 이론적으로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고, 비용이 저렴한 차세대 전지로 여겨진다. 이미 실험실 수준에서는 27%의 효율을 기록해 실리콘 전지를 넘어섰지만, 내열성이 약해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태양전지는 야외에서 장기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지를 수분,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필름으로 감싸야 하는데, 이 경우 실리콘 전지와 달리 110℃까지 치솟는 공정 온도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tBP(4-tert-Butylpyridine)대신 에틸렌 카보네이트(Ethylene Carbonate)라는 물질을 사용해 내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새롭게 만들었다. tBP는 태양전지 정공수송층 부분에 넣는 첨가제로, 이 물질은 효율은 올리지만, 정공수송층의 유리전이 온도를 80℃ 이하로 낮춰 전지가 고온을 견디지 못하게 한다. 유리전이는 정공수송층이 액체 상태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연구 결과 에틸렌 카보네이트로 만든 전지는 25.56%의 광전변환 효율(PCE)을 기록했다. 이는 tBP를 쓰지 않는 전지 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이다. 또 보호 필름을 입히는 봉지(encapsulation) 공정을 거쳤을 때도 효율 저하가 거의 없었다. 봉지된 전지를 85℃, 85% 상대습도의 국제 표준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1000시간 후에도 21.7%의 효율을 유지하는 등 내구성이 우수했다. 정공수송층의 유리전이 온도도 125℃까지 올라갔다.
100cm² 면적의 모듈로 제작됐을 때도 22.14%의 높은 효율을 보였다. 에틸렌 카보네이트가 tBP만큼 리튬비스마이드(LiTFSI) 도핑제를 균일하게 잘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tBP는 정공수송층에 LiTFSI를 잘 녹도록 돕는 물질로, LiTFSI가 잘 도핑되면 정공수송층의 전하 전달 성능이 향상돼 전체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아진다.
김동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고온·고습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태양전지 정공수송층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실용화를 위한 결정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UNIST의 신윤섭 박사와 이재휘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원생, 경상국립대학교 이동규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IF 32.4)에 4월 7일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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