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각각 25%, 104%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미 관세와 중국 보복 우려 등으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나타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다. 장중에는 1487.6원까지 상승해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로 원화에 팔자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것도 원화 가치 내림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028위안(0.04%) 올린 7.206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로써 인민은행은 6거래일 연속 기준환율을 높여 위안화 약세를 유도했다.
코스피도 2023년 10월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23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으로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조 원어치를 팔아치워 현물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행사에서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갈취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갈취(ripping)할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일본과 한국 두 국가를 (협상에서) 분명 우선하고 있다”면서 한일 양국 정상과의 통화와 관련해 “테이블에 정말 많은 양보(concessions)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직후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을 아우르는 ‘원스톱 쇼핑’을 언급한 가운데 미국이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기업들에 미칠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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