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유예’로 애플 주가가 급반등했으나 여전히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 주 생산지인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더욱 불붙고 있는데다, 백악관이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을 요구하는 진퇴양난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폰이 미국에서 만들어진다면 가격이 3배 올라 3500달러(약 510만 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9일(현지 시간) 트럼프가 90일간의 관세 유예 소식을 전하자 애플 주가는 전장보다 15.33% 급등 마감했다. 관세 발표 후 4거래일 간 23% 폭락했던 주가를 대부분 만회한 것이다. 애플은 매그니피센트7(M7) 중 유일한 소비재 기업으로 관세 타격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가는 반등했지만 애플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타 국가에 대한 관세만 유예했다. 대 중국 관세는 기존 104%에서 125%로 도리어 높여 적용했다. 중국이 취한 보복 관세에 대한 대응이다.
아이폰 90%를 중국에서 생산 중인 애플에게는 도리어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애플은 인도 내 생산을 늘리는 한편, 인도에서 만든 아이폰을 전량 미국으로 공수하며 대응 중이지만 인도 생산량은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인도 생산 물량을 모두 돌려도 미국 내 아이폰 수요를 절반밖에 채울 수 없어 가격 상승과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백악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애플에게 아이폰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는 중이다. 전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월가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만들어질 시 비현실적인 가격대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아이폰 제작 비용이 90% 늘고 최종 가격은 25% 상승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더라도 부품 상당부분은 여전히 중국에서 조립돼 수입된다”고 분석했다.
BofA는 아이폰 조립 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부품과 하위 조립품에 대한 관세가 면제돼야 하지만 현실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새 관세가 얼마나 영구적인지 명확해지지 않는 한 애플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기술 낙관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아이폰의 미국 생산에 대해 ‘망상’이라고 일축하며 “현 1000달러인 아이폰 가격이 3500달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플 전체 공급망 10%만 미국으로 이전해도 300억 달러의 비용과 3년이라는 시간이 든다”며 “1000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재인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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