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 무역동반자협정(TPA) 체결 검토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중 통상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관세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최근 브라질 정부에 TPA 협상 체결 검토를 제안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브라질에 제안한 TPA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이와 유사한 수준의 시장 개방 효과를 내는 국제 무역협정이다. 정부는 다만 브라질 정부의 우려를 감안해 상품 관세는 일단 건드리지 않고 서비스 시장 개방과 공급망 공조, 통관 절차 간소화 등 높은 수준의 개방과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미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3국 수출 활성화 대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브라질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가 화답해 양자 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 기업이 통역이나 검역 절차에서 시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어 브라질과의 경제협력과 교역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브라질 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상품 분야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되 통관 절차 간소화, 규제 투명성 확보 등 제도적 기반을 먼저 다지는 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상품 관세를 내리는 것도 목표”라고 설명했다.
브라질과 무역협정이 타결될 경우 통상 리스크가 상당히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기는 했지만 자동차와 철강 관세는 그대로 남아 있어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직접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남미는 이 같은 고율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브라질은 인구 2억 1200만 명으로 내수 시장과 인구가 중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 국내 총생산(GDP)도 1조 90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9위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브라질 간 양자 무역협정은 체결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의 미개척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 세계 6위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20만 5787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5%에 이르는 성장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 관세 인하가 이뤄질 경우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구조다.
우리나라가 추진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FTA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브라질과 양자 협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무역협정 체결이 가능하다.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은 2021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브라질 정부의 회신이 오는 대로 이르면 상반기 중 본격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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