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자 증시가 곧 바로 화답하며 6%가량 급등했다. 코스피의 경우 약 5년 만에 최대 상승률로 단번에 2400 선에 안착했다. ‘셀코리아’ 기조였던 외국인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0거래일 만에 순매수 기조로 돌아섰다. 다만 예측 불허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 관세 등을 고려할 때 추세적 상승보다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에 더 무게가 실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1.36포인트(6.60%) 오른 2445.06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7일 2400 선이 붕괴된 지 사흘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38.40포인트(5.97%) 오른 681.7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24일(8.60%) 이후 5년 만에, 코스닥은 2024년 8월 6일(6.02%)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26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직전까지 9거래일 연속 매도하며 총 10조 2551억 원어치를 팔아 치운 외국인이 10거래일 만에 순매수한 것이다. 선물 시장에서도 코스피200 선물을 7458억 원을 사들이며 현·선물 도합 1조 72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선물은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매수하는 만큼 통상 외국인의 이 같은 매수세는 주가 상승의 신호로 해석된다. 기관도 5804억 원어치를 담으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코스피200선물과 코스닥150선물이 기준가 대비 각각 6%, 5% 상승하면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 발동 시 5분간 모든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증시가 반등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미국 증시가 급등한 영향이 작용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국채 투매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확산됐다. 미 증시에서 기술주가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SK하이닉스(11.03%)와 삼성전자(6.42%)가 크게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11.31%), 현대차(5.06%), 셀트리온(6.28%) 등 시총 상위주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 거래 대금은 개장 이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관세 유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중국과의 협상 현황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1분기 빅테크 실적 등에 달려 있다고도 짚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전면적인 확산을 피할 의지가 있는 것을 확인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상호관세 유예에도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조정 하향은 불가피하며 90일 유예 결정의 번복 또는 연장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9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166억 원으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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