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 ‘관세 전쟁의 판’을 새로 짠 가운데 참모들 간 위상과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나오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온건파가 급부상하는 반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 등 강경파의 위세는 밀려나는 양상이다.
10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관세 전략뿐만 아니라 무역팀 구성까지 뒤흔들었다”며 “베선트 장관이 새로운 주도권을 잡았고 나바로 고문은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전했다. 관세 주무 부처인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 장관은 ‘나쁜 경찰’ 역할의 맡았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대외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발산하고 압박해 협상에서 미국을 유리한 국면으로 유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로 가 관세 유예 조치를 설득했다. 이에 반해 러트닉 장관은 언사가 거칠고 투박한 탓에 트럼프 진영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거센 논란을 촉발한 상호관세율 공식 산정을 주도한 나바로 고문도 예전보다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폴리티코는 “소식통들은 러트닉 장관 말투가 공격적인데 외국 지도자들이 무례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한다”며 “나바로 고문은 애초에 공식적인 협상 권한이 없었고 그는 내각 구성원이 아닌 단지 자문역일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위상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 통상정책의 주도권이 강경파에서 온건파로 넘어간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해석했다. 폴리티코는 “러트닉 장관과 나바로 고문이 뒤로 물러난 배경에는 관세정책 혼란에 더해 베선트 장관이 주도하는 공정무역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관세정책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는 점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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