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크 기업들도 서둘러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밀려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용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토종 AI 에이전트를 통해 안방 시장이라도 지키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대차그룹과 협업해 모빌리티 AI 에이전트를 개발한다. 자사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현대차그룹의 ‘플레오스 OS(운영체제)’·음성 어시스턴트 ‘글레오 AI’에 결합한다. 예컨대 차량에 탑승해 ‘출근길 브리핑해줘’라고만 말해도 AI 에이전트가 회사로 길 안내를 시작하는 동시에 날씨·뉴스·일정 등을 브리핑해주는 식이다. 네이버는 모빌리티 AI 에이전트에 더해 검색·커머스·핀테크 등 전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도 연내 자사 첫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출시한다. 개인 메이트 ‘카나’와 그룹 메이트 ‘나나’, 두 AI 에이전트를 통해 일정 리마인드·문서 요약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올해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카카오는 카나나에 챗GPT 등을 접목해 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선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오픈AI와 협력해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AI 서비스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AI 에이전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의 핵심인 AI 통화 요약 기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문서·인맥 기능을 추가하고 검색·예약까지 가능한 AI 에이전트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동시에 에이닷을 자사·타사 서비스에 접목하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궁극적으로 향후 1억 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 2월 말 기준 에이닷 가입자는 890만 명을 기록했다. 아울러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 가운데 LG유플러스는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의 생태계를 확장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국내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별도 AI 에이전트 오픈소스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솔트룩스는 다음 달 중 AI 에이전트 ‘구버’를 유료화해 수익성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국내 기업들이 AI 에이전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까닭을 ‘절박함’으로 분석한다.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방 시장마저 글로벌 빅테크에 내준다면 AI 분야에서 아예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기업들은 AI 모델과 같은 원천 기술 개발에는 손을 놓았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개발한 AI 모델을 자사 서비스에 붙여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가 그나마 AI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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