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로 쓴맛을 봤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스마트 글라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가 인공지능(AI)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자 애플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쿡 CEO가 제품 개발과 관련해 실제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기기가 AR 글라스”라며 “메타보다 먼저 업계 최고의 AR 글라스를 출시하는 데 매우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는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후 ‘퀘스트’를 비롯한 AR 기기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21년부터는 레이밴과 손잡고 스마트 글라스를 내놓고 있다. 초기 스마트 글라스는 사진·동영상 촬영과 통화가 가능한 수준이었으나 AI 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9월 메타가 선보인 ‘오라이언’은 AI 기능을 대거 도입해 시제품 단계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음성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용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메타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하이퍼노바’ 등 1000달러를 웃도는 고급형 제품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타가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기기로 스마트 글라스를 낙점하고 생태계 확장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먼저 연 애플은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애플은 지난해 2월 야심 차게 선보였던 비전프로가 고가 논란을 빚으며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 다만 애플이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기기 제작에 들어가지 않은 데다 아이폰의 AI 도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당초 애플은 2023년 스마트 글라스를 내놓으려고 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보류한 상태”라며 “스마트 글라스용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섰지만 실제 기기 출시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우선 비전프로2와 신형 헤드셋으로 시간을 확보한 뒤 다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비전프로2는 성능이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고 가벼워질 것”이라며 “신형 헤드셋은 PC인 맥과 연결해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갤럭시 언팩 2025’를 통해 구글·퀄컴과 협력 개발한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가칭)’을 공개했다. 3사는 무한 헤드셋 이후 스마트 글라스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비보 외에 화웨이·샤오미·바이두·엑스리얼 등 여러 업체가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XR 헤드셋·스마트 글라스용 렌즈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394억 위안(약 7조 7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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