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기억력이 감퇴하는 이유를 국내외 공동 연구팀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기억력 저하에 관여하는 뇌 속 단백질을 통해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 전략도 제안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므리둘라 발라(Mridula Bhalla)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14일 뇌 속 별세포(astrocyte)가 발현하는 단백질 ‘시트루인2(SIRT2)’가 기억력 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별세포는 전체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별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이 세포는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조율하고 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알츠하이머병이나 뇌 염증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수와 크기가 증가한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은 별세포가 질병 초기부터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신경 퇴행의 시작과 진행에 깊게 관여한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요소 회로가 간과 뇌 속 별세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별세포에서 요소 회로가 작동하면 중간 대사물질인 푸트레신(putrescine)을 생성하고, 푸트레신이 모노아민 산화효소-B(MAO-B)를 거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과도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렇게 과생성된 가바는 뇌의 신호전달을 억제해 기억력 감퇴를 유발한다. 가바와 함께 만들어지는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도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에 연구진은 가바 생성을 조절하기 위한 기제로 시트루인2를 살펴봤다. 시트루인2는 가바 생성 경로의 마지막 단계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연구진은 가바 생성과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별세포에서 SIRT2를 유전자 수준에서 억제하거나, 약물을 처리해 활성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별세포 내 가바 생성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 작용도 약 30~40% 감소했다.
시트루인2 억제가 실제 기억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연구팀은 생쥐가 새로운 경로를 기억하고 탐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미로 실험을 통해 손상된 단기 기억이 정상 수준 가까이 회복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창준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별세포의 대사 경로를 조절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기억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특히 SIRT2는 가바 생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표적으로, 정밀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유효 타깃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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