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에너지부(DOE)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에 맞춰 과학기술 분야 기관들이 잇달아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민감국가 지정으로 양국 과학기술 분야 협력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생기면서다.
외교부와 우주항공청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4차 한미 민간우주대화’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 확대와 태양 탐사를 위한 제4라그랑주점(L4) 임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의 성공적 발사 이후 성간지도화 및 가속 탐사선, 우주환경 임무 등 미국이 추진 중인 다양한 임무를 한국이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양국이 위성항법시스템(GPS)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간 상호운용성 강화 방안, 2026년 발사 예정인 차세대중형위성 4호 등 위성정보 공유 방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 중인 상업 우주정거장(CLD) 및 상업 달 운송 서비스(CLPS) 프로그램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 등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차기회의는 2027년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미 민간우주대화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양국 고위급 공식 회의다. 우주청, 외교부, 해양경찰청, 농촌진흥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 주미국대사관, 미국 국무부, 상무부, NASA, 해양대기청(NOAA) 등이 참석했다.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미 간 구체 협력 방안을 다양하게 논의하면서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의 중요한 분야인 우주에서 양국의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 리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한미 양국 간 우주 협력이 우주 과학·탐사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양국의 우주 협력이 기술, 산업, 안보, 정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원자력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선진 원자로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원자력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전날 미국 일리노이주 ANL 본부에서 MOU 체결식을 갖고 연구용원자로 핵비확산성 증진사업, 소듐냉각고속로(SFR)와 가상원자로 공동연구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NL은 기초 핵물리학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가속기(APS)와 세계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운영 중이다. 주 원장은 “선진원자력 기술 개발 분야에서 양 기관이 가진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원자력 기술의 혁신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이날 DOE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과 ‘한미 핵융합 연구 협력 전문가 회의’를 가졌다. 오영국 핵융합연 원장, 미키 웨이드 ORNL 부원장 등 양측 관계자뿐 아니라 미국 최대 핵융합 기업 제너럴아토믹스(GA)의 웨인 솔로몬 부사장 등 업계 인사도 참석했다. 양국은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GA의 핵융합 시험장치를 활용한 플라즈마 공동 실험 등 협력을 추진 중이다.
양국은 초전도자석, 블랑켓, 핵융합로 설계 등 공학적 분야와 더불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핵융합 시스템 개발까지 협력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회의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 협력 및 DOE의 핵융합 R&D 지원 사업을 고려한 고열속 차세대 디버터 연구와 같은 새로운 협력 주제들도 집중 논의됐다.
오 원장은 “핵융합 실증로를 대비한 구체적 협력 과제들이 본격 논의됐으며 양국이 핵융합 상용화를 향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공동 연구와 제도적 연계를 강화해 핵융합 기술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