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부과와 중국 한한령 해제 수혜주로 평가받았던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엔데믹 이후 좀체 실적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외 게임 업계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불어난 인건비 탓에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며 신용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036570)의 신용 등급이 약 5년 만에 떨어지기도 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 10종목으로 구성된 ‘KRX 게임 TOP 지수’는 올 들어 -8.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3.25%)와 코스닥(4.97%)의 수익률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거래소가 분류한 전체 34개 테마 중 하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수에 포함된 10개 종목 중 크래프톤(259960)과 펄어비스(263750)를 제외한 8개 종목의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 ‘대장주’로 평가받는 엔씨소프트 주가는 올 들어서만 22.12% 하락했다. 주력 게임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경쟁 심화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 손실(연결 기준 -109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자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시프트업(462870)(-20.98%), 넷마블(251270)(-19.34%), 카카오게임즈(293490)(-18.19%), 컴투스(078340)(-15.27%) 등 나머지 게임 업종 역시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작품에 대한 외자 판호(해외 게임이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증)를 연이어 승인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주가 상승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달 들어서는 게임 산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주요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식에 반사이익 기대 전망도 나왔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불어난 인건비도 게임 업계 실적 부진을 장기화하는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주요 게임사 10곳의 합산 인건비는 2019년 대비 7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액이 40% 가까이 늘어난 것 대비 2배가량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가중되는 재무 부담에 신용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점차 커지며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신용 등급마저 강등되면 향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초 엔씨소프트의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내려 잡았다. 김나연 나신평 연구원은 “국내 게임 시장 성장 둔화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매출 하락세, 주요 신작 공백 및 흥행 부진 등으로 매출 회복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넷마블·컴투스 등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 등급 전망 ‘부정적’을 받은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