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의 단계적 ‘넷제로(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최근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금전적 규제 조치를 승인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 유럽 항로를 지나는 선사들에 온실가스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유럽 항만에 기항하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저탄소·무탄소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해운연료 개편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해운업계는 친환경 선박 발주·교체나 친환경 연료 사용이 불가피해졌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연료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친환경 연료는 고비용 문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무탄소 연료인 메탄올의 가격은 화석연료 대비 세 배 이상 높다. 현재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은 기존 화석연료에 바이오연료를 30%가량 혼합해서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인데 바이오연료 가격 역시 벙커C유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안정된 친환경 해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주와 화주가 친환경 대체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화물·항로 등 선박 운영과 관련된 결정권은 화주 또는 용선자에 있다. 이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자 책임 원칙에 따라 발생한 비용과 벌금 등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EU는 지난해 1월 시행된 탄소배출권거래제로 발생하는 비용을 해운 선사가 화주와 분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선사들은 이에 EU 탄소배출 비용을 화주에 부담시키고 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 해운사인 머스크는 친환경 연료비를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화주에 부과하고 있다.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일본의 ONE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도 환경 할증료 비용을 화주에 부담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할증료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2020년 IMO가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시행하자 화주들에게 저유황유 할증료를 부과했다. 저유황유 사용에 따라 선박의 연료 비용이 증가하자 한국해운협회는 한국무역협회 등 화주 단체의 이해를 구해 저유황유 할증료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해운연료 개편 규제와 관련해서도 친환경 연료전환 비용과 페널티 비용을 비교해 최선의 대응책을 찾은 후 선사와 화주가 그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규제에 따르면 국제 항로를 지나는 5000톤 이상 선박들은 기준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할 시 톤당 100~480달러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온실가스 부담금은 2027년 상반기부터 부과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현재 컨테이너선·건화물선·유조선 등 선종별로 규제 시행에 따라 국적 선사들이 부담해야 할 할증료 수준을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선사는 친환경 선대로 전환하고 화주는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탄소 감축을 목표로 지구적인 친환경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사의 노력뿐 아니라 화주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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