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시장의 빠른 회복을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 시행을 조속히 진행하겠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4개월이 지났는데도 구체적인 스케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속한 시행’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정부의 중국인 무비자 정책 시행이 미뤄지는 것은 부처 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무비자 추진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증가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반감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이 돼서야 두 부처가 극적으로 조율해 올해 3분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후속 발표를 내놓았지만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최근 만난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3분기도 7월부터 9월인데 도대체 언제 시작을 한다는 건지, 정말 하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 부처 간 갈등을 두고 볼 정도로 여행 시장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면세 업계에서는 신세계·현대 같은 대기업들도 실적이 부진한 지점의 문을 닫고 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주요 관광지 중소상인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한국은행은 중국 관광객 100만 명이 더 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8%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실기에 관광 시장에서 수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 증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있다면 소통해 풀어야 한다. 실제 문체부에 따르면 이번에 시행 예정인 중국 전담 여행사를 통한 방한 관광객의 이탈률은 0.47%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달 중 문체부를 중심으로 중국인 무비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국민 감정보다 국민 경제에 집중해 혁신적인 전환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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