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바이오 분야 경쟁도 결국 데이터 확보전이 됐습니다.”
이승구(사진) 국가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장 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를 대규모로 얻을 수 있는 시설은 바이오파운드리밖에 없다”며 “바이오파운드리는 디지털 바이오산업으로 전환하는 쇼트커트(지름길)”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능형 유전자회로(GESS) 등 바이오파운드리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했으며 최근 국가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장으로 선임돼 해당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단장은 바이오파운드리가 단순히 인간의 신약·신소재 개발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같은 바이오 특화 AI 개발 경쟁에서도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령 AI가 신약 물질을 발굴하려면 어떤 단백질이 어떤 종류의 병원균에 최적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대량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바이오파운드리가 본격 가동되면 바이오 실험 속도 향상에 비례해 데이터 확보 속도도 10배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 단장은 “지난 50년은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앞으로 (데이터가 부족해질) 50년은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이 더 많은 바이오 지식재산(IP)을 선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의 품질 향상에도 바이오파운드리가 중요하다. 그는 “바이오 실험은 같은 사람이 해도 작업마다 데이터 편차가 생기는데 이것으로는 AI가 (최적의) 결론을 못 얻는다”며 “반면 바이오파운드리는 좁은 오차범위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그러면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이 늦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관련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바이오파운드리는 당초 8년간 7000억 원 규모로 기획됐지만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5년간 1263억 원으로 축소됐고 사업 착수도 지연됐다. 그 사이 미국은 2022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집중 투자해 모더나 협력사 깅코바이오웍스 같은 민간 바이오파운드리 기업 300여 곳을 육성 중이다. 중국은 7200억 원이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선전을 포함해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10개를 구축했다.
이 단장은 조만간 사업단을 꾸려 실무 작업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그는 “깅코 등 검증된 수준의 민간 바이오파운드리 사양을 공공 인프라로 제공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리더급은 물론 사업 관련 자문을 해온 해외 전문가들도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과 손잡고 전문 인재도 양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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