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양국 간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만남이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만큼 최 경제부총리는 한국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한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율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기재부는 16일 “미 재무부가 다음 주 최 부총리의 주요 20개국(G20) 회의 방미 기간 중 베선트 장관과 통상 현안 관련 회의를 할 것을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 재무부 측의 요청을 받은 뒤 구체적인 참석자와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미 경제 사령탑의 회동은 올 2월 말 화상 면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3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최 부총리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며 “상호관세 등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를 고려하는 등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양국 재무장관 회의는 금융·외환 이슈를 다루지만 최근 상호관세 등 통상 이슈가 불거진 만큼 이 부분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인 대화 주제는 향후 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무역 협상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동을 계기로 미국 측이 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협상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은 최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가운데 한국·일본·영국·호주·인도 등 5개 우방국을 무역 협상 최우선국으로 지정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상정책자문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관세가 한미 양국의 최대 이슈인 만큼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면서 “베선트 장관으로서도 최 부총리에게 한국의 대미 통상 정책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국 간 협의에 따라 한미 재무·통상 당국자들이 한자리에 앉는 협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호관세가 결국 통상 이슈와 맞물려 있는 만큼 협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와 별개로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방미 일정을 놓고 미국 측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협의 방식도 협의 중인 단계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역 균형 추구와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 등을 함께 담은 ‘패키지’를 미국에 제안하고 국가 맞춤형 상호관세와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가스·원유·농산물·무기 등의 수입은 늘리고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 제품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트럼프 행정부 재임기에 가시적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는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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