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던진 '관세 폭탄’ 영향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애플이 1분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을 피해 물량을 앞당겨 판매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판매량·출하량 면에서 혼전이 벌어진 것이다. 1분기에는 통상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던 애플이 올해 아이폰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 것까지 겹쳐 삼성전자와 애플의 치열한 선두경쟁 양상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복수의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출하량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통상 1분기에는 갤럭시 신제품을 내놓는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는 3분기에 점유율을 늘리는데 올해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1분기 2.6%p에서 올해 0.9%p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6060만 대, 애플은 5970만 대를 출하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도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1분기 출하량 집계에서 삼성은 20%의 점유율로 1위, 애플은 19%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애플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 늘어난 것이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애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후 인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아이폰 물량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인도 내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과 타타 일렉트로닉스에서 지난 3월 한 달 동안 미국으로 약 20억 달러(약 2조 8600억 원)의 아이폰을 수출했다. 폭스콘이 수출한 아이폰은 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자 1~2월의 수출액을 합친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애플은 아이폰 물량을 미국으로 수송하기 위해 최소 6대의 전세 화물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IDC 클라이언트 디바이스 부사장은 "미국의 관세의 인상 위협에 직면한 공급업체들이 미국 시장으로의 출하량을 끌어올린 결과"라고 말했다.
1분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던 애플이 올해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 16e를 출시하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출하량과는 다르게 판매량 면에선 애플이 1위를 기록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판매량 면에선 애플이 19%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는 18%로 2위를 차지했다. '아이폰 16e'가 일본, 인도, 중동·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 두 자릿수 가량의 판매 성장률을 이룬 데 반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25 시리즈의 출시일이 전작 대비 늦어지며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출하량은 제조사가 유통업체나 통신사, 리셀러 등에 제품을 공급한 수량으로,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단계의 물량을 의미한다. 반면 판매량은 유통망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판매된 수치를 말한다. 출하량은 시장에 투입된 공급 규모를, 판매량은 실제 수요를 반영하는 지표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관세 영향을 피하기 위해 2분기에도 애플이 출하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앤서니 스카셀라 IDC 연구책임자는 "최근 발표된 스마트폰 관세 90일 유예 조치는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관세 재부과 가능성 전에 구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 2분기 판매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반적으로 증폭된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간으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했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6%)의 절반 수준이다.
양 왕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연간 4% 성장이라는 기존 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성장률이 0%에 머무르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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