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024110)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상담 창구를 운영한 결과 닷새 만에 2000곳이 넘는 업체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같은 품목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국내 기업이 대거 진출한 지역도 조기 합의 없이는 미국 정부의 관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달 10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미국 관세 관련 기업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인 운영이 시작된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3영업일 동안 접수된 문의가 2000건을 웃돈다. 상담은 단순 문의를 넘어 직접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구체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발주처의 주문 취소나 납품가 인하 요구, 마진율 하락 등에 따른 자금 운용 방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사실보다 이를 계기로 거래처가 납품 단가를 조정해달라는 요구가 더 큰 불안 요인”이라며 “거래처의 단가 조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끊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를 토대로 실질 피해 가능 기업이 2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담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기업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을 받는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9.4%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정책의 핵심인 상호관세가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부과돼 한국의 대미 수출과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도 모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특히 2분기부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실질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과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금난을 겪는 중기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잠재된 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금리 인하가 지연됐으나 고금리 부담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세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경제 하방 압력도 높아져 적극적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관세 피해 우려 기업에 여신 지원을 통해 금융 애로를 해소하고 맞춤형 경영 컨설팅을 병행할 예정이다. 상담 창구 역시 별다른 기한 없이 운영된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기업에 대해 기업은행 컨설팅센터에서 무료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동성 공급, 상환 유예 등 다양한 금융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올 들어 중기 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1분기 기준 기업은행의 중기 대출 신규 취급액 규모는 약 21조 3491억 원으로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0조 1492억 원을 웃돈다. 기업은행의 경우 신규 공급액이 전년 대비 5366억 원 증가하면서 중기 대출 시장 점유율도 24.18%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위기일수록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업 애로 사항은 금융 당국과 지속 공유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에 발맞춰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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