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변동 장세가 극심해지며 투자 난이도가 높아지자 알아서 자산 배분을 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인기를 끌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와 TDF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따른 투자 편의성 제고 등으로 가파른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TDF 설정액은 12조 3726억 원으로 지난해 말 11조 1770억 원 대비 1조 1956억 원(10.70%) 증가했다. 올 들어 4개월여 만에 지난 한 해 동안 증가분(2조 618억 원)의 60% 가까이 늘어났다.
TDF는 투자자 예상 은퇴 시점(빈티지)에 맞게 자동적으로 주식·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해준다. 투자 초기에는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에 가까울수록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여 수익률 방어에 주력한다. 전 세계에서 극심한 변동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가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TDF가 자산 배분에 용이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홀로 고공 행진했던 미국 증시 상승세가 꺾이고 유럽·중국 등 다른 주요국 증시가 선전함에 따라 올해는 특히 자산 배분 전략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장기 투자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TDF는 통상 미국 외에도 선진국 등 다양한 국가 자산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원자재·부동산·통화 등 대체자산도 고루 담으며 변동 위험을 최소화한다.
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연이어 TDF ETF를 출시하며 투자 접근성도 개선됐다. 운용사들은 거래소 상장이라는 ETF의 장점을 활용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거쳐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수수료를 낮춰 기존 TDF의 취약점을 보완했다.
특히 연금 계좌 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퇴직연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적극 공략한 점도 주효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 비중이 79%에 달하는 TDF ETF ‘TIGER TDF2045’를 지난달 출시했다. 현재 퇴직연금 감독 규정상 연금 계좌 내 위험자산 비중은 최대 70%로 제한되는데 해당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S&P500지수 편입 비중을 최대 93%로 높일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출시한 ‘ACE TDF2050액티브’ ETF 역시 고수익을 목적으로 초기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76.8%로 설정했다.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TDF 출시 트렌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불안 등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익률’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 투자자들의 수요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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