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략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실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010130)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MBK파트너스가 6호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출자 받는 대형 펀드)로 고려아연에 투자하기 위해 출자한 기관투자자에게 요청한 자본납입요청(캐피털콜)에 응하지 않았다. MBK는 고려아연 투자를 위해 초반 자금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총 1조 2000억 원의 브릿지론(단기대출)으로 빌린 뒤 6호 블라인드 펀드로 차차 상환할 예정이었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투자금은 나머지 출자자들이 더 분담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지난 2월 말 국민연금은 6호 블라인드 펀드에 3000억 원의 출자를 확정하면서 적대적 M&A 전략에는 출자금 투입 금지를 조건으로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MBK의 적대적 M&A 투자 전략은 국민연금의 운용 방향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당시 함께 운용사로 선정한 JKL파트너스·프랙시스캐피탈·프리미어파트너스에도 같은 내용의 정관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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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7월 달에 MBK에 투자를 하기로 약정이 됐었는데 9월 이후로 적대적 M&A 회사(고려아연)의 이슈가 있어서 해결하고 올해 2월에 출자 계약했다"면서 "매출이나 기업 역량을 향상시키지 않고 자산 매각에 대한 성과로 운용 하는 회사(PEF)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적대적 M&A의 의미를 현 이사회와 반대되는 주장을 요구하는 투자자로 해석할 것을 정관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고려아연의 1대 주주인 영풍(000670)과 손잡았으므로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지만 국민연금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블라인드 펀드의 정관은 운용사가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모든 기관투자가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종교나 정치적 이유로 무기산업·술·담배 등에 투자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해석의 여지가 넓은 적대적 M&A에 투자 금지를 요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적대적 M&A에 대한 투자 금지를 요구하면서 다른 국내외 다른 기관투자자가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국민연금과 함께 출자하기로 한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고려아연 투자에 부정적이며, 해외 일부 기관투자자 역시 분쟁이 있는 상장사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주주 권한을 요구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무조건 분쟁이 있는 거래에 불참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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