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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중국을 버렸다고? [김광수의 중알중알]

상하이모터쇼 불참에 설왕설래

모터쇼 규모 따라 전략 차별화

지방 소도시에선 현장판매 위주

호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북미에 최초로 선보인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주 23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2025 상하이 국제 오토쇼(상하이모터쇼)’가 열립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그 중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에서 열리는 행사에 관심이 쏠리지만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이 불참을 선언해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홀수 해마다 열리는 상하이모터쇼는 매 짝수년 개최되는 베이징모터쇼와 함께 어느새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행사가 됐습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리는 모터쇼는 ‘짝퉁차 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정도였는데, 괄목상대 한 셈이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프랑크푸르트, 파리, 디트로이트, 제네바, 도쿄가 모터쇼 ‘빅5’로 불렸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이들 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차량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냈죠.

최근 들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고, 단순한 탈 것이 아닌 모빌리티의 개념이 강해짐에 따라 모터쇼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 성능을 알리는 것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더 중요해졌고, 신차 발표는 온라인으로 하는 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그 결과 지난해 119년 역사를 자랑하던 ‘제네바 모터쇼’는 참가 업체와 관람객 수의 감소로 인해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많은 완성차 업체들은 글로벌 주요 모터쇼 참여를 고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모터쇼의 위상 하락과 반대로 중국을 대표하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양대 모터쇼에는 오히려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전기차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다 보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자신들의 신차를 앞다퉈 선보이는 편입니다. 지난 2023년 롤스로이스가 첫 전기차 ‘스펙터’를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겠죠.

롤스로이스 스펙터. 연합뉴스


그만큼 중요한 상하이모터쇼에 현대차그룹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니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나서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지난달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에선 현대차가 중국 시장 입지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성과가 괜찮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물론 미국에는 투자를 계속해서 늘리며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중국에선 기존 공장을 매각하고 있는 만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에 돌입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선 한동안 5개를 유지하던 공장이 베이징 1공장과 충칭공장의 매각으로 3개만 남은 상태죠. 매각할 것으로 알려진 창저우공장이 팔리면 베이징 2·3공장 두 곳만 운영하게 됩니다.

현대차그룹은 몇 년 전부터 중국 사업을 원점에서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도 겪었지만 전기차 시장으로 급속도로 전환된 중국 시장에서 대응이 늦었던 점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빌드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중국 진출 초기에 가성비 좋은 차량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고급 브랜드로의 전환이 늦어진 만큼 제품력을 강조하기 위해 고성능 라인업인 'N'을 내세워 이미지 전환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현대차는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더 뉴 아반떼 N' 미디어 갤러리 행사를 열고 차량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열린 행사에서 더 뉴 아반떼 N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 중국법인은 올 들어 중국 사업 전략파트를 한 곳으로 모아 중국 시장을 보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모터쇼 불참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결정인데요. 여기에는 중국 모터쇼만의 특징도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도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자동차 전시회가 열립니다. 크게 보면 A등급부터 E등급까지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인 A등급부터 참여 업체에 따라 구분이 됩니다. A, B 등급은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라면 C등급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형태가 아닙니다. 현대차는 앞으로 A, B 등급 모터쇼에 무조건 불참하는 것이 아니라 신차 발표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중국만의 특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C급 이하의 모터쇼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인데요. 지방 중소도시에서 열리는 소규모 모터쇼는 쉽게 말하면 현장 판매의 장입니다. 모터쇼라고 부르기 민망할 수준인데요. 지방 중소도시 이하에서 열리는 C등급 이하의 모터쇼에 관람객들은 자동차의 기술이나 미래 비전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구매할 생각이 있는 모델을 살펴보고 직접 구매하기 위해 모터쇼를 찾습니다. 모터쇼 현장은 하나의 커다란 자동차 판매장이 되는 셈입니다.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판매에 열을 올립니다. 고객들과 자동차 업체는 현장에서 서로 가격 네고를 할 정도입니다. 일부 업체는 대형 마트에서 타임 세일을 하듯 "지금부터 1000위안 추가 할인" 같은 팻말을 들고 고객들을 끌어모으기도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브랜드에선 옆에서 "1500위안 할인"을 외치기도 합니다.

중국 지방 도시인 은시 지역에서 열린 모터쇼 현장에 바이두 딜러들이 전시 차량에 가격을 배치하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두 캡쳐


차량에 대한 관심은 남자들이 있지만 경제권은 대개 여자들이 쥐고 있는 만큼 여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도 눈에 띕니다. 몸짱 모델들이 차량을 홍보하며 여성 고객을 전담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나마 C등급 정도면 전시장에서 진행되는데요. E등급까지 내려가면 시골 장터 수준의 흙바닥에 천막을 치고 자동차 몇 대를 달랑 전시하고 임시 판매 부스가 마련되기도 합니다.

현대차는 이런 중소형 모터쇼에도 대부분 참여해왔다고 합니다. 실제 이런 모터쇼 기간 100~150대 정도씩을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남짓 열리는 중소형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해당 지역의 연간 판매에 20~30%의 판매고를 올린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올해 상하이모터쇼에 경우 새롭게 내세울 신차도 없고, 중국 업체들에 모든 포커스가 쏠릴 것이 분명한 만큼 전략적으로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대신 현대차의 비전을 보여줄 별도의 행사를 조만간 개최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앞으로도 C등급 이하의 모터쇼에는 계속 참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중국 모터쇼의 세계를 알고 나야 현대차의 전략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텐데요. 기회가 된다면 조만간 중국만의 특징이 가득한 모터쇼 현장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중국의 한 지방 도시에서 열린 모터쇼에 전시된 차량마다 계약금을 안내하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바이두 캡쳐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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