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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공위성용 첨단소재까지 공개…"韓 스페셜티 코앞 추격"

['차이나플라스' 가보니]

우주항공 등 특수소재 대거 전시

韓 강점 자동차 내외장재도 위협

中 첨단소재 기술격차 빠르게 좁혀

범용제품 '악몽' 재연될 가능성도

산업 구조조정·R&D 강화 등 절실

중국 선전에서 열린 ‘차이나플라스 2025’ 킹파의 부스에 전시된 모빌리티용 외장 및 내장재 제품. 선전=심기문 기자




중국의 고부가 화학제품 생산 전문 기업인 킹파 사이언스앤테크놀로지가 ‘차이나플라스 2025’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차세대 기술의 집약체인 휴머노이드 로봇에 자사의 첨단 소재가 대거 활용됐음을 강조했다. 휴머노이드는 내구성·경량성 등의 특성을 극대화한 소재가 필수인데 이를 제작·생산할 능력을 내세워 고부가 제품 기술력을 뽐낸 것이다. 소재 기술의 정점에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소재 제작 능력을 과시하며 바이오·모빌리티 등 다른 첨단산업에도 자사 제품군을 확장·적용할 수 있다고 전달한 셈이다.



휴머노이드에는 강철보다 배 이상 강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 수준인 탄소섬유 복합재와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나노 재료와 같은 차세대 소재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경량화 소재가 필수적인데 외부 충격과 마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소재가 필요하다.

중국 기업들은 우주항공 분야의 소재 기술력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최대 석유 기업인 페트로차이나는 전시장에서 자사 기술력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수차례 진행했다. 매번 50여 명의 바이어가 모인 자리에서 페트로차이나는 인공위성용 특수 소재를 소개하는 데 힘을 실었다. 원유 정제부터 휘발유 판매뿐 아니라 화학제품 제조 등 석유화학 산업의 전체 사업 주기를 아우르는 페트로차이나가 첨단 소재 제작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썼다.

중국 화학업체 시노켐이 선보인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셀 모형. 선전=심기문 기자


중국이 소재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은 비단 첨단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화학 업체들이 기술적 우위를 점해온 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에서도 자사의 기술이 활용된 제품들을 즐비하게 선보였다. 킹파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소재를 대거 공개했는데 전면등, 후미등, 좌석 시트에 사용된 소재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팩 등을 전시했다. 시노켐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경쟁력을 강조했다. 시노켐은 전시 부스 정중앙에 태양광셀과 풍력발전기 모형을 내놓고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관련한 소재 기술을 상세히 설명했다.

국내 화학 업계는 한껏 높아진 중국 기업들의 스페셜티 기술력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에틸렌 등 기초 화학 제품의 중국 내 자급률이 100%를 넘어 범용 제품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화학 업체들은 스페셜티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데 중국 기업들의 첨단 소재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쫓아오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구매 상담까지 이어지는 전시회에 스페셜티 소재를 대거 가지고 나온 것은 빠르게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매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며 “아직은 국내 업체가 품질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집중하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차이나플라스 2025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량화와 내구성을 갖춘 전기차용 부품을 핵심 테마로 내세웠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이 확산일로지만 스페셜티 부문 기술력이 초기 단계인 중국 화학 업체들은 관련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기 어려운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실제 국내 주요 화학 업계는 비야디(BYD)와 지커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금 같은 속도로 중국 기업들이 모빌리티 소재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면 범용 제품에서 겪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범용 제품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자급률을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은 최대 수출 시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밀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화학 업체들이 모빌리티 소재에서 한국을 따라잡을 경우 범용 제품의 전철을 밟으며 스페셜티 확대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전시한 모빌리티 소재 라인업이 국내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위기감을 더했다.

이에 따라 기초 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기술 초격차 확보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 등 국내 주요 화학 기업은 50~70%에 달하는 기초 화학 비중을 줄이고 첨단 소재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석유화학 업계가 겪고 있는 불황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면서 “빠른 구조조정을 촉진할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하고 첨단 소재에서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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