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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추경…위축된 韓 경제에 '산소 마스크' [Pick코노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첫 추경

재난·AI·민생 등 12.2조 편성

추가 증액 심사 가능성도 열어놔

8.1조 적자국채 발행 재원 조달

일각선 재정건전성 우려도 나와

한덕수(왼쪽 두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년 만에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편성 시기가 늦어져 실기 논란도 있지만 이번 추경이 우리 경제에 최소한의 ‘호흡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추경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였던 2022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추경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추경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규모보다 2조 2000억 원 늘었다. 정부는 시급한 현안과 직접 관련되고 올해 안에 신속 집행이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총 14개 부처의 93개 사업을 추려냈다. 3대 사업 분야로 △재해·재난 대응에 3조 2000억 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 4조 4000억 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4조 3000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최근 산불 피해와 더불어 올여름철 태풍·집중호우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비를 1조 4000억 원 증액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예산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국회에서 증액 요구가 있다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증액 가능성도 열어놨다.

소상공인 50만원 크레딧 제공…무이자 신용카드도 추진




정부가 지난 18일 의결한 추경의 세부 내역을 보면 우선 민생 회복 분야에 4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연 매출 3억 원 이하 소상공인 311만 명을 대상으로 최대 50만 원의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신규 사업에 1조 6000억 원을 배정했다. 크레디트는 전기·가스·수도요금 등 공과금과 보험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약 311만 명의 소상공인에게 월 공과금을 절반 가까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신용(4~7등급) 소상공인 약 7만 명을 대상으로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1000만 원 한도의 신용카드 발급 사업도 추진한다. 정부가 카드사에 90% 지급보증 및 이자비용을 대주는 구조다. ‘상생 페이백’ 사업에는 1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상생 페이백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사업자에게 카드 소비액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액의 20%를 최대 30만 원 한도로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환급금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된다. 또 공공 배달 앱에서 2만 원 이상 3번 주문하면 1만 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할인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 일각에서는 신용카드 사업의 경우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은·수은, 통상 금융재원 확충…1.5조 투입해 GPU 1만장 확보


김윤상(오른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2차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공용 브리핑실에서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역시 마련됐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특별 자금 25조 4000억 원을 추가 공급하고 수출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에 직접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1조 5000억 원이다. 두 국책은행의 대출 여력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피해 중소·중견기업 특례 보증과 조선업 선수금환급보증(RG), 수출 유망 분야 보증보험 등으로는 총 10조 2000억 원을 공급한다. 위기 기업의 사전·사후적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기업구조혁신펀드’는 5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다.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관세 대응 바우처도 1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미중 관세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 대응을 위해 희토류·리튬 등 6개 핵심 광물 조기 비축에도 4000억 원을 지원한다.

통상·산업 여건 변화로 자동차·철강·건설업 등 고용 충격이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는 ‘고용 둔화 대응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한도는 기존 12억 달러에서 35억 달러로 확대한다.

국내 AI 생태계 혁신을 위해 1조 8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중 1조 5000억 원은 연내 최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만 장 확보하는 데 투입한다. AI 정예팀을 선발해 세계 선도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뒷받침하고 석박사급 이상 인재 양성 규모는 2배로 늘린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지중화 사업 비용의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중견기업에 투자보조금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산불 복구·재난 예비비 3조 보강…추가 증액 심사 가능성도 열어놔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이 지난달 번진 산불로 여기저기 타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 피해 복구 지원에는 1조 4000억 원을, 재해·재난 예방과 대응력 강화 예산으로는 1조 7000억 원을 각각 편성했다.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주택 복구 용도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고 피해 지역 인근에 신축 매입임대 주택 1000채를 공급한다. 산불특수진화대 위험수당 지급과 현장 출동 인원 회복 차량 도입 또한 추진한다. 산불 추가 복구와 여름철 태풍·집중호우 등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 역시 1조 4000억 원 보강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후 하수 관로, 도로 조기 개·보수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의 지반침하 고위험지역 노후 관로를 조기 교체하고 노후 포장도로를 전면 정비한다. 공항 시설 특별 점검을 추진해 활주로 이탈 방지 장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 안전시설을 보강한다.

정부는 추경 증액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국회에서 증액 요구가 있을 때 저희가 죽어도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급하게 처리한다는 추경의 목적과 부합한다면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8.1조는 국채 찍어 충당…2차 추경땐 국가 신용등급 위험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조 1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조기 대선 이후 2차 추경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달 17일 진행된 추경 사전 브리핑에서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재원 등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4조 1000억 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8조 1000억 원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 재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6%를 빚을 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은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국고채 총발행 한도는 197조 6000억 원이다.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분(16조 7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이미 20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순발행 한도는 전년보다 30조 1000억 원 늘어난 80조 원에 달한다. 만기 도래한 국채 차환 등 시장 조성용 국채 발행을 제외하고 이른바 ‘적자국채’가 80조 원이라는 얘기다. 올해 8조 1000억 원까지 시장에 공급될 경우 전체 국채 발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이자 부담과 신용등급 하락 등 재정 건선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당장 이번 추경으로 재정적자 비율이 재정준칙에서 정한 한도(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추가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당초 2.8%에서 3.2%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채무 역시 1273조 원에서 1279조 원으로 늘어 GDP 대비 비율이 48.1%에서 48.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추경이 올해 한 번으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이미 추경을 15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수십조 원 규모의 2차 슈퍼 추경이 단행될 수도 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추가적인 추경이 편성될 경우 모두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 불안에도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했던 것은 탄탄한 재정 건전성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며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 없이 막무가내식 추경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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